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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 "시중은행,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 최소화 해라”

중앙일보

입력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일 시중은행에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 계좌 발급과 관련해 자금세탁 관련 은행의 면책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며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은 위원장은 이날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열린 ‘햇살론뱅크 협약식 및 간담회’에서 “금리상승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하반기 중 촘촘한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며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햇살론뱅크에 참여하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13개 시중은행의 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코인거래소 실명 계좌 발급 관련 #자금세탁, 은행 면책 기준 요청에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강조

은 위원장은 가계부채와 관련해 총량관리와 금리 인상 대응 등을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지난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있었고, 한국은행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지속해서 시사하고 있다”며 “(가계부채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내년과 내후년에는 보다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가계부채 증가율 및 주택가격 상승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의 가계 부채 관리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자산 시장 과열 속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과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으로 인해 지난 1분기 가계 빚은 1765조원까지 불었다.

게다가 가계대출 중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변동금리의 비율도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변동금리 대출 비율은 지난해 5월 66.6%(잔액 기준)에서 지난 5월에는 71.8%까지 올랐다. 은 위원장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증가했으며 이는 우리 경제의 향후 큰 잠재 위험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은행, 상환 능력 범위에서 대출 취급 관행 정착 노력 기울여야" 

급증하는 가계 부채와 관련해 은 위원장은 가계와 은행의 주의를 모두 당부했다. 그는 “금리상승에 따른 위험을 정부 정책으로 모두 완화할 수는 없다”며 "차주는 변동금리보다는 고정금리 대출을 통해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도 상환능력 범위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달라”며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월상환액 고정형 주택담보대출과 같이 은행과 차주가 그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은 금리 상승 폭을 연간 0.75%포인트, 5년간 2%포인트로 제한하는 상품이다.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손해를 보는 만큼, 기존 대출금리에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월 상환액 고정형 주담대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원금 상환액을 줄여 월 상환금액을 동일하게 유지하는 상품이다.

빚 줄인 서민 대상 저소득층에게 연 4%대 대출 상품 제공

반면 서민 관련 대출과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은행은 가장 대표적인 금융회사로 우리 사회의 경제 주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도록 지원할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햇살론뱅크도 시중은행의 출연금을 토대로 운영하는 대출 상품이다. 햇살론뱅크는 햇살론 등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이 1년 경과하고, 부채 또는 신용도가 개선된 저소득·저신용 서민에게 최대 2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금리 4.9~ 8%로 대출해준다. 대출금이 떼일 경우를 대비한 보증금은 서민금융진흥원이 90%보증을 제공하고, 이용고객이 연 2%의 보증료를 내는 구조다.

한편 은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실명계좌 발급 관련 검증 책임을 은행에 미루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암호화폐 자금세탁과 관련한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반박했다.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해 준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터지더라도 은행에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을 마련해달라는 은행의 요구에 대해서는 “은행과 대화한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인수·합병 작업이 진행 중인 씨티은행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면 통매각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과정에 대해서는 “인수 의향자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다”고 설명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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