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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형 공격위해 김재윤 죽음 이용하는 與…“남탓이 與 종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재윤 전 국회의원 빈소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재윤 전 국회의원 빈소에서 추모객들이 묵념을 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스1

여권 인사들이 김재윤 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망을 계기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판사 시절 잘못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처럼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의원 뇌물수수는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선고된 사건이어서 야당에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원이 숨진 채 발견된 29일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임에도, 1심 3년 형량에다 1년 추가해서 4년형을 선고했던 2심 판사가 감사원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그는 울분을 토하며 분개했다”라며 “심지어 대통령이 되려고 감사원장을 사퇴한 것을 두고 기진맥진하며 한숨을 쉬었다”라고 썼다. 안 의원은 “그는 정치적 타살을 당했다”고 했다.

김광진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도 페이스북에 “서울예술실용학교 총장의 횡령사건이 갑자기 야당 의원 뇌물수수죄로 둔갑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김 전 의원)의 재판에서 1심에서 무죄로 본 것까지 유죄로 뒤집고 실형 4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라고 썼다.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은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판단한 것 까지 유죄로 바꿨고 실형 4년을 선고했다. 김 전 의원 항소심 담당판사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라고 썼다.

대법원에서 최재형 판결 그대로 확정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시)이 지난 4월 2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행정복지센터 앞 로터리에서 김석겸 남구청장 후보와 김기락 울주군의원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시)이 지난 4월 2일 오후 울산 울주군 범서읍 행정복지센터 앞 로터리에서 김석겸 남구청장 후보와 김기락 울주군의원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뉴스1

안 의원 등이 언급한 사건은 김 전 의원이 2013~2014년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이사장으로부터 5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뇌물수수 건이다. 교명을 바꿀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주는 ‘입법 로비’ 대가였다. 신계륜, 신학용 전 의원도 같은 혐의로 당시 함께 기소됐다.

김 전 의원은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000만원, 추징금 44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이사장이 건넸다는 금품 5400만원 중 4400만원만 인정됐다. 2심에선 5400만원이 전부 인정돼 1심보다 형이 가중됐다. 징역 4년과 벌금 6000만원, 추징금 5400만원이 선고됐다. 2심 선고 판사는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최재형 전 원장이었다. 안 의원 등은 최 전 원장의 판결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묘사했지만, 당시 대법원에서 김 전 의원에 대한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안 의원은 3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전 의원 판결 당시는 사법농단 시절 아닌가. 2심뿐 아니라 대법원 판결도 인정할 수 없는 잘못된 판결”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장 임명 땐 찍소리도 안 해"

사의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사의를 밝힌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후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감사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이 최 전 원장을 깎아내리려고 김 전 의원의 사망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크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김광진 전 비서관의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돌아가신 분 경건하게 추모하겠다는 마음보다 이 건수로 최 전 원장을 한 번 까보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 좋다”며 “평생 저렇게 남탓 하며 사는 게 민주당원의 종특(종족 특성)이 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내편일 때는 한없이 극찬하더니 남이 되면 정당한 판결까지 ‘타살’이라고 강변하는 궤변이 세상에 어디에 있냐”고 썼다. “최 전 원장이 그렇게 문제가 많은 사람이면 감사원장 임명 당시엔 왜 찍소리도 안하고 찬양만 했냐”고도 반문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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