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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코로나에 뚫렸나…김정은 "간부 태만으로 커다란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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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중대사건이 발생했다"며 간부들을 다그쳤다. 지난해 7월 개성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재입북한 사건 이상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① 코로나19 방역에 구멍?

3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인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국가중대사를 맡은 책임간부들이 세계적인 보건위기에 대비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만)했다"며 "중대사건으로 초래된 엄중한 후과에 대하여 지적"했다.

김정은 "간부 태만으로...커다란 위기" #감염 의심자 재입북 때도 비상확대회의 #책임자 경질 등 대대적 인사 시사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는 등 강경 대응을 통해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공개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누적 검사자 수가 3만명을 넘었지만 모두 음성이라고 보고했다.
지난해 12월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조금 이상하다"고 말하자 김여정 부부장(당시 제1부부장)이 "주제넘은 평"이자 "망언"이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따라서 최고지도자가 코로나19 방역 관련 차질이 생겼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특히 이번 확대회의는 지난 15일부터 나흘동안 당 전원회의를 진행한지 불과 11일만에 열렸다. 앞선 회의에서 코로나19 관련 장기적인 정책을 세운 직후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건 그만큼 방역 분야에서 시급하게 조치를 취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국경 전면 봉쇄 등 사상 초유의 최고 수준의 대응을 해왔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며 "완전 봉쇄에 차질이 생겼거나, 극소수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가능성 등을 추측해볼 수 있는데, 실제 확산 여부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북한이 지난해 7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탈북민이 개성으로 재입북했을 때와 유사한 동향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시 북한은 당 중앙위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다만 정부는 해당 재입북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거나 접촉자로 분류된 적은 없다고 밝혔고, 북한 당국도 사후 음성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도 월북이라는 형식은 아니어도 국경 봉쇄에 구멍이 생겨 확진자가 북한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9일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소집한 모습. 노동신문. 뉴스1.

② '중대 사건' 계기 물갈이?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회의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 일부와 당 비서를 소환하고, 국가기관 간부들을 조동(이동) 및 임명했다"고 밝혔다. '중대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대대적인 간부 문책 및 경질이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 외 정치국 상무위원인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 총리 중 누군가가 해임된 거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선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자가 나올경우 추후 그 자리에 김여정 당 부부장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김 위원장이 경질성 인사를 단행한 뒤 곧바로 여동생을 그 자리에 앉히진 않을 거란 반론도 있다.

29일 소집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여정,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신문. 뉴스1

29일 소집된 북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여정, 현송월 당 부부장 등이 참석했다. 노동신문. 뉴스1

③ "간부 혁명"...인사 혁신 시사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간부들의 직무 태만을 상세히 통보하는 자료 보고가 있었다"고도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당 전원회의 등에서 간부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일으켜 세워 망신을 주는 등 공개적으로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김 위원장이 고강도의 기강 확립을 넘어 대대적인 인사 혁신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위원장은 8차 당대회 이후 당 간부들에 대한 강도 높은 사상 검열, 실적 검열을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북한 간부들은 이제 실력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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