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폭력 공소시효 성년된 날부터 진행”…헌재 “합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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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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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중단시키고, 해당 규정 도입 전의 범죄까지 소급 적용토록 한 현행 성폭력범죄특례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10여년 전 미성년자를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남성 A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현행법은 공소시효 규정에 대한 헌법상의 신뢰보호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앞서 A씨는 12년 전인 2005년 당시 피해자 B씨(당시 만 12세)를 세 차례에 걸쳐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2017년 기소됐다. 이듬해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을 확정받았다.

그런데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은 2010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날부터 진행한다”는 조항으로 개정됐고, 부칙에는 “개정안 시행 전 성폭력 범죄에도 적용한다”는 소급 적용 단서도 추가됐다.

2005년 범죄를 저지른 A씨로서는 개정안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공소시효 7년을 규정을 적용받아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에 A씨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성년이 된 이후부터 공소시효를 적용한다’는 현행 성폭력범죄특례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대해 헌재는 “해당 조항은 13세 미만을 비롯한 미성년자의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가 정신적ㆍ신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아 상대방의 범죄 행위가 갖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대처능력이 현저히 미약해 범행 대상이 되기 쉬운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한 추행 등 죄질이 매우 나쁜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살아있는 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소시효의 소급적용도 이로 인해 제한되는 성폭력 가해자의 이익이 가해자 처벌로 불법적인 상태를 바로잡고자 하는 실체적 정의라는 공익에 앞서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할 가치나 필요성이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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