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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애물단지 드릴십···2년만에 바다건너 이탈리아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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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중 하나. [사진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 중 하나. [사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 2년간 묶여있던 삼성중공업의 드릴십이 드디어 바다로 나가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29일 이탈리아 전문 시추 선사인 사이펨과 드릴십 한 척에 대한 용선(傭船)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드릴십은 2019년 9월 스위스 선사에 인도하기로 했지만, 중간에 계약이 불발돼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용선하는 기간은 11월부터 2023년 8월까지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재고자산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을 덜게 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계약에는 사이펨이 드릴십을 매입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어 향후 매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로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은 나아지고 있다. 지난해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감산 계획 유지 결정으로 하반기 80달러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과 유가 상승으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의 해양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드릴십 매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각까지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제조 기간 중 계약이 해지된 삼성중공업의 시추선만 5척에 달한다. 계약 시점 가격으로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다. 이번에 이탈리아 선사에 용선한 시추선은 7억 달러(약 8000억원)짜리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가격 대비 반값에 내놓아도 최근 몇 년간 매매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놀고 있는 것보다 빌려주는 게 낫지만, 매각이 되지 않았다는 건 시추사가 아직 업황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그래도 이런 흐름이 지속하면 2~3년 후엔 매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1분기 실적 발표에서 거제에 발이 묶인 드릴십 재고자산 관련 손실이 2140억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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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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