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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많으면 코인거래소 신용도 상승?…평가 때 고객 직업도 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시중은행들이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심사 과정에서 신용도가 낮은 코인의 거래가 많을수록 낮은 점수를 줄 가능성이 커졌다. 심사 내용에는 거래소 고객의 직업별 위험도를 매겨 평가하는 내용도 포함될 전망이다.

2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지난 4월 마련한 ‘가상자산 사업자 위험평가 방법론’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은행들은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해 이런 내용을 반영해 자금세탁위험 평가검토서를 작성해야 한다. 평가 항목은 ▶고유위험 ▶통제위험 ▶필수요건 점검 등으로 나눠져 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은행연합회와 각 은행이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겨 마련한 평가 지침이다. 시중 은행들은 이를 참고해 평가지표와 배점 등을 자율적으로 정하고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 제휴를 맺을지를 결정하게 된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유위험 평가를 위한 체크리스트에 따르면 ▶암호화폐 신용도 ▶취급하고 있는 암호화폐 수 ▶고위험 코인 거래량 ▶거래소 코인별 거래량 ▶암호화폐 매매중개 이외의 제공 서비스 등의 지표를 정량 평가한다. 신용도가 낮은 암호화폐를 많이 취급하고, 거래량이 많을수록 자금세탁 위험성이 높다고 보는 방식이다.

암호화폐 신용도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평가할 역량이 부족한 만큼 암호화폐 공시사이트인' 쟁글'의 신용평가를 활용해 채점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비트코인이 AA+로 가장 높고 이더리움이 AA로 두 번째로 신용점수가 높다. 신용등급이 BBB인 특정 코인은 비트코인보다 신용점수가 30점보다 낮게 평가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와 같은 방식에 대해 암호화폐 업계 등에서는 “특정 민간회사의 신용도 평가만을 토대로 코인의 신용도를 평가해 실명계좌 제휴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6월 이후 상장폐지 대상 암호화폐 수 그래픽 이미지.

6월 이후 상장폐지 대상 암호화폐 수 그래픽 이미지.

업비트와 빗썸 등 다수의 거래소가 코인 정리에 나선 배경에도 이런 평가 방식이 있다는 분석이다. 코인별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거래소들이 잡코인을 무더기로 상장 폐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쟁글에서는 암호화폐별 신용도 평가 결과를 모두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유위험 체크리스트에는 국가별 거래량과 국가별 고객 수, 업종별 고객 수 등을 정량평가하는 내용도 담겼다. 고위험 국적이나 직업을 가진 이들의 거래가 많을수록 자금세탁 위험도도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가 위험 등급은 총 4개 등급이고, 개인 직업 구분은 38개 직업, 4개 등급으로 나뉘어있다.

개인 고객의 경우 대부업자나 도박ㆍ오락 관련 서비스 종사자들의 위험점수가 가장 높고, 일반 사무직이나 공무원, 판검사 등의 위험 점수가 낮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국가와 직업별로 분류해 위험도를 평가하는 건 자금세탁 관련 업무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최근 잇따른 코인 상장 폐지는 이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암호화폐 거래소 이용자나 실명계좌 발급에서 소외된 대다수 중소 거래소들은 코인 신용도와 위험도가 어떻게 매겨져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은행연합회는 가이드라인 내용을 공개하고, 어떤 기준에 따라 암호화폐나 거래소 존폐가 결정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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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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