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추격 나선 애플, 아이폰 신제품 가격 사상 첫 동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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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네덜란드의 IT전문매체인 렛츠고디지털이 만든 아이폰13 렌더링 이미지. [사진 렛츠고디지털]

네덜란드의 IT전문매체인 렛츠고디지털이 만든 아이폰13 렌더링 이미지. [사진 렛츠고디지털]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향한 애플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그간 비주류 시장 취급을 했던 한국 시장 마케팅 전략도 바뀌고 있다.

9월 출시 아이폰13, 전작 수준 예상 #내년엔 사상 최저가 제품 선보일 듯 #푸대접하던 한국시장에도 러브콜 #갈아타는 LG폰 고객 추가 보상금

27일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씨넷에 따르면 오는 9월 17일 출시 예정인 ‘아이폰13’(가칭) 시리즈의 가격이 전작인 아이폰12 시리즈와 같은 수준인 699~1099달러(약 78만~124만원)에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1을 출시한 이후 매년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가격을 올렸다. 아이폰12도 전작인 아이폰11보다 100달러(약 11만원) 인상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아예 가격을 내린 아이폰이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에 따르면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의 궈밍치 연구원은 “6.7인치 아이폰이 900달러(약 101만원) 미만으로 책정돼 6.7인치 아이폰 사상 최저 가격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6.7인치 모델인 아이폰12 프로맥스의 출시가는 1099달러(약 124만원)다.

애플이 가격 인하에 나서는 데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가격 인하 정책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플래그십(주력상품) 모델인 갤럭시S 21 시리즈를 출시하며 가격을 25만원 내린 바 있다. 또한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시장을 넓히고 있는 점도 애플의 가격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한국 시장에도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이전에 사용하던 LG폰을 반납하고 아이폰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중고폰 보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하던 LG폰을 애플이 매입하고 그만큼 아이폰 가격을 깎아준다. 지난달 28일부터는 여기에 추가로 15만원의 추가 보상금도 지급하고 있다. LG폰을 반납하고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 12’, ‘아이폰12 미니’를 구매한 고객이 대상이다. 추가 보상금은 전액 애플이 부담하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제공하는 혜택이다.

또한 애플은 이르면 8월부터 LG전자의 오프라인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등 모바일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전국 400여 곳에 포진한 LG베스트샵에 입점하면 한국 소비자가 아이폰을 쉽게 접하고 살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업계에선 애플의 한국 시장 공략이 삼성전자의 ‘텃밭 흔들기’라고 본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65%, 애플 20%, LG전자 13%다. 애플이 LG전자 점유율을 대부분 가져가도 삼성전자의 절반 수준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쓰는 LG폰 수요를 애플에 넘겨준다면 삼성전자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효과가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수성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는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갤럭시 노트를 출시하지 않는다. 대신 ‘폴더블폰(화면을 접는 스마트폰) 대중화’에 나선다. 갤럭시Z 폴드3, 갤럭시Z 플립3 등을 아이폰13보다 한 달 이른 8월 중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동근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고 5G 비중이 확대하고 있는 만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5G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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