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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이어 “검언유착” 반격…대응강도 높이는 윤석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9일 열린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 전 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달 말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우상조 기자

지난 9일 열린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 윤 전 총장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달 말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우상조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처가 관련 의혹 보도에 잇따라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29일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향후 몰아칠 검증 공세에 선제적으로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장모 관련 사건의 소송 대리인인 손경식 변호사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처가 관련 보도는) 사실관계와 법리에 맞지 않는 오보”라며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보도된 CBS의 ‘검찰, 尹 처가 의혹 공소시효 뚫을 단서 찾았다’는 기사에 대해 반박이다. CBS는 해당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의 배우자와 장모 최모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의 공소시효가 오는 2022년까지 유효하다고 판단할 만한 단서를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손 변호사는 “(장모) 최씨는 주가 조작에 관여한 사실이 없어 순차적 공모관계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며, 따라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된 것이 법리적으로 명백하다”며 “(CBS) 보도는 수사팀 내부의 기밀인 ‘법리 검토 내용’을 근거로 한 것으로 수사팀과 해당 언론사의 유착이 매우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이야말로 ‘검언유착’이라고 볼 수 있다”며 “수사팀이 반복해 특정 언론사를 통해 ‘수사팀 내부자료’를 흘리고 있다는 구체적이고 충분한 정황이 있다. 이에 대한 법적 조치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열린공감TV’가 23일 “방송용 취재노트”라고 한 ‘윤석열 X파일’ 중 일부. [문서 캡처]

‘열린공감TV’가 23일 “방송용 취재노트”라고 한 ‘윤석열 X파일’ 중 일부. [문서 캡처]

이같은 강경 대응 기조에 대해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 측이 가족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자체 판단을 내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의혹을 담은 이른바 ‘X파일’ 논란이 불거진 지난 22일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거리낄 게 없다”며 “공기관과 집권당이 개입했으면 명백한 불법사찰”이라는 논리를 폈다. 최근 주변엔 “이런 것(X파일)에 눈 하나 깜짝 안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 측이 X파일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 데 대한 설명도 나왔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지금까지 ‘대응 계획이 없다’고 밝힌 이유는 의혹 제기자들이 ‘X파일’의 존재 여부만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 또는 허위 사실 적시’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그러한 전제 자체가 성립하는지 불불명한 상황이란 설명이다. 윤 전 총장이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출처 불명의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선캡 쓴 尹, 매헌 기념관 답사

네거티브 대응과는 별도로 대선 출마 채비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7일 이틀 뒤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곳인 서울 서초구의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찾아 주변을 둘러봤다. 이날 윤 전 총장은 햇빛을 피하는 선캡 모자를 쓰고 반소매 티셔츠와 조끼 차림으로 이곳을 찾은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전 총장과 함께한 남성은 ‘PCC-722(천안함)’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었다. 더팩트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기념관 내부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잠시 둘러본 뒤 함께 차를 타고 떠났다.

윤 전 총장 측 이상록 대변인은 “윤봉길 기념관과 뒷쪽 숲길은 윤 전 총장이 평소에도 자주 산책하는 길”이라며 “별도 예행연습 차원의 방문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천안함 티셔츠를 입은 남성에 대해선 “천안함 관계자가 아닌 윤 전 총장의 수행원”이라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은 언론 대응을 위한 공보팀 인원도 늘렸다. 공보팀 팀장에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유정복·차명진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우승봉씨를, 팀원에 황영철·김진태 전 의원의 보좌진 출신인 장경아씨를 각각 임명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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