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들어 공군기지 활주로 공사를 대규모로 진행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지난 4월 평양에서 북동쪽으로 50㎞ 떨어진 평안남도 순천비행장에서 활주로 길이를 늘이고 성능을 높이는 공사를 시작했다.
주력 전투·폭격기 배치 기지 보수 #활주로 길이 늘려, 시설 대폭 개조 #전투기 야간 이착륙에 큰 도움돼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순천비행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도 위성 영상을 분석해 관련 동향을 전했다.
정보 관계자는 “평양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걸리는 순천비행장에는 1017부대가 주둔한다”며 “평양 방어와 한국군 타격 임무를 맡는 핵심 기지”라고 말했다. 이 부대는 북한이 정치ㆍ군사적 우수부대에 수여하는 ‘오중흡 7연대’ 칭호도 받았다.
북한 공군은 여기에 나름의 최신 전투기를 배치했다. 미그(MiG)-29는 전투기를 요격하는데 한국 공군 F-15K와 같은 4세대 전투기로 분류한다. 수호이(Su)-25는 한국군 주요 시설 폭격 임무를 맡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1년 12월 권력은 잡은 직후인 이듬해 1월 이곳을 찾은 이후 종종 발길을 이어왔다. 지난해 4월에도 이곳에서 미그-29의 공대공미사일 발사훈련을 참관했다.
지난 4월 주 활주로 보수 및 확장 공사 움직임이 위성 영상에 포착됐다. 이어 최근까지 기지 북동쪽에 새로운 계류장(항공기를 급유ㆍ정비하고 보관하는 공간)과 유도로를 건설하는 모습도 보였다.
활주로는 기존보다 약 300m 늘어난 2800m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배치한 미그-29ㆍ수호이-25보다 더 큰 항공기 운용도 가능해진다. 공간이 늘어 난 만큼 더 많은 항공기도 수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하게 됐다.
공군 관계자 “활주로 길이를 늘이고 유도등을 교체하며 성능을 높이면 야간 작전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어두운 야간에 은밀하게 전투기를 출격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에 열린 심야 열병식에서 이례적으로 발광다이오드(LED)가 장착된 전투기를 띄웠다.
북한은 공사를 시작하며 전투기를 다른 곳으로 재배치해 작전 공백을 메웠다. CSIS는 “지난 4월 11∼14일 순천비행장에서 미그-29기는 12㎞ 거리의 북창비행장, Su-25K는 북쪽으로 38㎞ 떨어진 개천비행장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IISS는 “북한은 미그-29기는 최소 18대, 수호이-25기는 34대 보유한다고 추정한다”며 “이번 위성사진에서 미그-29기 12대, 수호이-25기 25대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하ㆍ동굴형 시설에 전투기를 숨겨두면 위성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앞서 지난 2월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에 배치했던 폭격기도 함경남도 장진비행장(최소 15대)과 선덕비행장(17대)으로 재배치했다고 IISS는 밝혔다. 올해 들어 의주비행장에 대규모 검역 시설을 설치하는 공사를 시작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군용기 계류장은 모두 철거했다.
이철재·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