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리 제보로 17억 받는다, 로또 뺨치는 역대급 신고 포상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뉴스1

뉴스1

거액의 과징금만으로도 화제였던 사건이 ‘신고 포상금’까지 화제에 올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제강사 7곳의 고철 구매 담합행위를 적발해 과징금 3000억8300만원을 부과한 사건과 관련, 사건 해결에 결정적 실마리를 제공한 ‘딥 스로트(deep throatㆍ익명의 핵심 제보자)에게 포상금 17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전상훈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제보자가 담합에 가담한 인물 명단, 담합 내용 등 사실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17억 5000만원이란 액수는 공정위가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19일 발표한 968회 로또 1등 당첨자 13명이 받는 금액이 16억7000만원이다. 신고자가 로또 1등보다 더 많은 포상금을 받는 셈이다. 포상금은 과징금에 비례해 지급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억대에 이른다. ‘로또’로 불리는 신고 포상금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공정위가 운영하는 신고 포상금제는 넓은 범위에서 ‘공익 신고’에 해당한다. 공익 신고란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 소비자의 이익, 공정한 경쟁 등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제도다. 법률적으로는 ‘공익신고자 보호법’ 별표에 규정한 법률의 벌칙이나 인ㆍ허가의 취소ㆍ정지 처분 등 행정 처분 대상인 행위를 신고할 경우에 해당한다.

불법 행위의 지도ㆍ감독 권한을 가진 행정 기관이나 공공단체, 수사기관 등에 신고하면 된다. 부패ㆍ공익 신고 번호(110) 또는 국민권익위원회 상담 전화(1398), 청렴 포털 등을 통해서도 신고할 수 있다. 신고를 접수한 기관은 60일 이내에 사실 확인을 마친 뒤 조사ㆍ수사기관에 사건을 넘기고, 처리 결과를 신고자에게 통보하는 것이 원칙이다.

신고했다고 포상금을 주는 건 아니다. 공정위의 경우 ‘포상금 지급액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에 따라 담합과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 불법 다단계 판매, 하도급법 위반 행위 등 포상금을 주는 15개 법률 위반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담합 사건의 경우 내부 제보자의 역할 없이 적발하기 쉽지 않다.

‘억’ 소리 나는 공정위 신고 포상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억’ 소리 나는 공정위 신고 포상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불법 행위일 경우 포상금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치 수준별(경고ㆍ시정 명령ㆍ과징금) 기본 지급액, 증거 수준별 등급(최상ㆍ상ㆍ중ㆍ하)에 따라 지급 비율을 곱한 포상금을 준다. 2016~2020년 공정위가 신고 포상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35억 원. 같은 기간 과징금(2315억 원)의 1.5% 수준이다. 아래 올 상반기 포상금을 받는 제보자들의 활약도 평가받을 만하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A는 한 제약사가 병ㆍ의원 의사에게 현금 등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내부 리베이트 지급 기준 서류, 증거 자료의 위치, 관리 현황 등을 증거 서류로 제출했다.

B는 한 유통업체가 점포에서 시식 행사를 진행하며 들어간 비용을 납품업체에 부담시켰다는 사실을 신고하며 행사 운영지침과 계획, 납품업체와 오간 e-메일과 계약서 등을 증거로 냈다.  

C는 한 다단계 판매업체가 등록도 하지 않고 영업하면서 하위 판매원 모집에 인센티브를 줬다는 사실을 신고하며 관련 교육 동영상과 마케팅 설명서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포상금은 각양각색이다. 국세청은 체납액을 징수하는 데 신고자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경우 징수액의 5~20%(최대 20억원)를 포상금으로 준다. 금융위원회ㆍ금융감독원은 2006년부터 외부감사 대상 회사의 회계정보 관련 부정행위를 신고한 제보자에게 최대 10억원, 예금보험공사는 ‘은닉재산 신고센터’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준다.

이 밖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부당한 방법으로 급여를 청구한 기관 등을 신고할 경우 부당청구액의 일정 비율을 곱해 최대 2억원, 선거관리위원회는 부정 선거 관련 신고자에게 최대 5억원의 포상금을 각각 지급한다. 생명ㆍ손해 보험협회도 최대 10억원의 보험사기 신고 포상금을 주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보자가 가장 꺼리는 건 개인의 신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공익 신고자 보호법’을 통해 제보자를 보호한다. 신고자의 인적 사항, 또는 신고자임을 미뤄 알 수 있는 사실을 비공개로 하는 식이다. 그 밖에 기관마다 신변 보호 조치, 인사 조치 시 우선 고려, 책임 감면 등 다양한 신고자 보호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