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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가 살아야 지방이 산다…교육 다양성 적극 허용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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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호 26면

[SUNDAY 인터뷰] 정용덕 금강대 총장

“우리 대학의 목표는 ‘정원 채우기’가 아닙니다. 잠재력 있는 학생을 스카우트해서 미래의 인재로 키워내는 것입니다.”

한국형 ‘리버럴 아츠’ 대학 꿈 #지방 소재 소규모 대학 장점 살려 #학생 스카우트해 미래 인재 양성 #30일 프레스센터서 국제학술회의 #‘AI 시대의 공공정책과 인성교육’ #인간 능가할 기계와 공존법 모색

정용덕 금강대 총장의 발언 중 ‘학생 스카우트’라는 표현에 귀가 번쩍 띄었다. 지방소재 대학들이 정원 미달로 애를 먹는다는 얘기를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충남 논산시에 위치한 금강대는 등록금 무료의 인문사회과학 중심 기숙형 대학이다. 정 총장은 “금강대를 ‘한국형 리버럴 아츠(Liberal Arts)’ 대학으로 가꾸고 싶다”고 했다.

수도권 대학도 지방만큼 정원 줄여야

충남 논산의 캠퍼스 본관 앞에 선 정용덕 금강대 총장. 금강대는 인문사회과학 중심 대학으로 등록금이 무료다. 김성태 객원기자

충남 논산의 캠퍼스 본관 앞에 선 정용덕 금강대 총장. 금강대는 인문사회과학 중심 대학으로 등록금이 무료다. 김성태 객원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금강대 공공정책연구원에서 만났을 때 그는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방에 위치한 소규모 대학이란 조건이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미국의 ‘리버럴 아츠’ 대학들은 대개 한적한 교외에 있지만 명문 대학으로 꼽힌다. 다만, 비싼 등록금이 문제다. 금강대는 불교 천태종단의 지원으로 운영되기에 등록금이 아니라 오히려 장학금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1995년 그는 고 김광웅 교수 등과 더불어 공공리더십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동부와 서부의 ‘리버럴 아츠’ 대학들과 영국의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대학 내 각종 칼리지 현황을 조사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금강대가 오는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여는 국제학술회의도 주목된다. 정 총장을 만난 목적은 이 학술회의에 대해 들어보려는 것이었는데, 대화는 우리나라 대학이 처한 위기의 현실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그는 “대학을 평가할 때 서울 소재 큰 규모 대학의 잣대로만 바라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내년 개교 20년을 앞둔 금강대가 학교의 위상을 대내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준비했는데, 행사의 규모나 짜임새에서 서울의 주요 대학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번 학술회의의 주제는 ‘인공지능 시대의 공공정책과 인성교육’이다. 인문사회과학 중심인 금강대의 특성상 아무래도 인성교육에 방점이 찍히는 것 같다. 인공지능 시대의 본격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이면서, 기계가 아닌 인간의 특성이나 윤리·도덕을 살려 나가는 길을 동시에 모색해보자는 것이 기획의도라고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공지능 시대가 인류에게 가져올 긍정적인 측면부터 봐야 하지 않을까?
“당연하다. 가히 혁명적인 변화가 전개될 것이다. 무릇 과학기술의 발전이 그래왔듯이 인공지능도 인류 문명의 진보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 인공지능이 본격화되면 우선 단순 반복적이고 노동집약적인 일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육은 어떻게 바뀔까?
“아마 전통적인 교육 내용과 교수법은 점차 유용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교수에겐 단순 지식 전달보다 함께 토론하며 학생이 생각하는 방법을 발전시키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커리큘럼을 짜고 하는 일은 여전히 교수의 주요 업무일 테고, 어떤 경우에도 마지막 판단은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 내리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특별히 강조해야 할 인성교육의 내용은 무엇일까?
“낙관적인 전망은 과학기술을 어떤 목적으로 발전시키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해 우리가 계속 고민하고 대비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인공지능이 인문사회과학의 영역과 만나야 하는 지점이다.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의 지능을 가진 기계와 함께 사는 지혜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고 본다.”

등록금 대학 자율 결정 등 고려할만

학령인구 감소와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지방소재 대학이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올해에 지방에 있는 거의 모든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상태로 진행된다면 수년 내에 많은 수의 대학들이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지방대학이 살아야 지방이 산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등록금이 수년째 동결되고,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강의 준비로 이전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소재 대학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법이 있을까?
“정원을 줄일 때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들도 같은 비율로 줄였으면 한다. 또 등록금을 대학 자율로 결정하게 하거나 아니면 국가가 일괄 지원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서구의 교육 선진국처럼 교육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학술회의는 당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전 교육부 장관)가 ‘한국 교육의 성찰 : 성과와 과제’를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한다. 김기현 서울대 철학과 교수, 김원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스트랜지 마이클 스웨덴 말뫼대 교수, 피니 매리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행정대학원 교수, 키쿠치 마사오 일본 메이지대 교수, 박휴용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 신동호·전광수·정상교 금강대 교수 등의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배영대 학술전문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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