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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조 넘는 대어만 10곳, 최대 ‘IPO 장’ 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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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하반기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큰 장이 선다.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을 비롯해 카카오뱅크·LG에너지솔루션·현대중공업 등이 증시 상장을 위해 대기 중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하는 곳 중 ‘몸값’(기업가치) 1조원을 넘는 업체가 열 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크래프톤 내달 14~15일 청약 #배터리 LG에솔 몸값 102조 추정 #하반기 공모액 사상 최대 25조 예상 #중복청약 금지 ‘공모주 광풍’ 변수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증시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들이 공모주를 팔아 조달하는 자금이 최고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최고였던 2010년(10조907억원)의 세 배 규모다. 현재까지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거나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은 40여 곳에 이른다.

하반기 상장 기대되는 주요 기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하반기 상장 기대되는 주요 기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금융감독원에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 희망 가격은 45만8000~55만7000원을 제시했다. 만일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한다면 공모주 청약으로 5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2010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삼성생명(4조8881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크래프톤은 기관 투자가의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결정한 뒤 다음달 14~15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카카오 계열사들도 잇따라 증시 상장을 위한 문을 두드린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한국거래소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았다.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페이는 현재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받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연간 공모 금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스피·코스닥 연간 공모 금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G그룹의 배터리 계열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8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LG화학이 이 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면 시가총액이 102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모회사인 LG화학(59조원)은 물론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89조원)를 웃돌 수 있다는 의미다.

대기업 계열사 중에는 롯데렌탈이 지난달 31일,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4일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모주 시장에 한꺼번에 물량이 쏟아지다 보면 청약 일정을 미루는 곳도 나올 수 있다. 일부 중소형 공모 기업은 ‘눈치작전’을 펴기도 한다. 대형 공모 기업과 청약 일정이 겹치면 공모주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익명을 원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공모 기업의) 대다수는 유동성이 풍부한 올해를 넘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중앙은행이 언젠가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리면 공모주 청약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위원회는 공모주의 중복 청약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고쳤다. 지난 20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내는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기업은 1인당 1계좌로만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다. 만일 여러 증권사에 중복 청약을 했다면 가장 먼저 청약한 것만 인정한다.

예컨대 크래프톤은 미래에셋·NH투자·삼성증권의 세 곳에서 모두 공모주를 청약할 수 있지만 카카오뱅크는 중복 청약이 안 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리서치팀장은 “(중복 청약을 금지하면) 투자자가 여러 계좌로 돈을 분산하지 않을 뿐”이라며 “청약 열기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공모주 청약 대신 공모주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모주 펀드 137개에는 투자금 3조6000억원이 몰렸다. 최근 1년간 펀드 수익률은 평균 13%(지난 21일 기준)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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