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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방’이 뭐길래…중국 소도시 차오현, e커머스 메카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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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차오현에서 판매하는 중국 전통 의상 한푸. 차오현의 한푸 가격은 대도시의 10분의 1 수준이다. [북경상보·웨이보 캡처]

차오현에서 판매하는 중국 전통 의상 한푸. 차오현의 한푸 가격은 대도시의 10분의 1 수준이다. [북경상보·웨이보 캡처]

“차오현(曹縣)의 침대 하나가 상하이의 집 한 채보다 낫다.”

전통복, 대도시 10분의1 값에 팔고 #일본 장례용 관 시장 90% 공급 #“하루 200만원 벌이도 어렵지 않아” #귀향 창업 늘고 빈곤 주민 사라져

산둥(山東)성 허쩌(菏澤)시의 차오현(인구 142만 명)이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은 현지 인플루언서(왕훙·網紅)의 입소문 덕에 뜨기 시작했다. 왕훙의 SNS를 본 중국 네티즌들은 “‘우주의 중심’ 차오현”, “베이징·상하이·뉴욕보다 차오현에서 떠도는 것이 낫다”며 차오현을 소재로 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을 연신 올리고 있다.

‘차오현 광풍’에 주류 매체도 나섰다. 경제지 북경상보가 22일자에 차오현 취재기를 실었다. 네티즌들은 기사 속 문장을 해시태그(검색어) “#차오현한푸 사장이 말하는 하루 1만 위안 벌기 너무 쉬워요(#曹縣漢服賣家説一天掙萬把塊很簡單#)”로 만들었고, 하룻밤 2억 건이 넘는 ‘광클릭’을 끌어냈다.

“베이징·상하이·뉴욕보다 차오현에서 떠도는 것이 낫다”며 차오현을 소재로 중국 네티즌이 만든 밈. [북경상보·웨이보 캡처]

“베이징·상하이·뉴욕보다 차오현에서 떠도는 것이 낫다”며 차오현을 소재로 중국 네티즌이 만든 밈. [북경상보·웨이보 캡처]

차오현 관할 행정구역 다지전(大集鎮)의 간판 없는 가게에서 14억 중국 국민을 상대로 중국 전통 옷 한푸(漢服)를 만드는 왕싼거(王三哥) 사장은 북경상보에 “내 생각에 지금 장사해서 하루 1만 위안(175만원) 벌기는 정말 쉽다. 오늘 5000위안 벌겠다고 생각하면 5000위안을 100% 벌 수 있다”고 자신했다. 왕 사장은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다. 대도시 매장에서 한 벌에 499위안(8만7000원)까지 하는 한푸를 10분의 1 가격인 49위안(8500원)에 판다. 비교 불가능한 가성비다. 거래 한 건으로 끝이 아니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왕 사장은 추가 할인을 내세워 다른 제품 링크를 보여 준다. 거래가 한 건 늘면 20위안(3500원)씩 수입도 는다. 하루 200만원 벌이가 어렵지 않은 이유다.

이런 경쟁력에 힘입어 중국 한푸 시장의 3분의 1을 차오현이 석권했다. 차오현의 한푸 1년 매출은 19억 위안(3324억원)에 이른다. 이 지역은 일본의 장례용 관(棺) 시장의 90%를 독점하기도 한다.

“‘우주의 중심’은 차오현”이라는 중국 SNS 인플루언서. [북경상보·웨이보 캡처]

“‘우주의 중심’은 차오현”이라는 중국 SNS 인플루언서. [북경상보·웨이보 캡처]

중국 내 드라마·영화 열풍에 힘입어 만개한 공연복 시장의 70%도 차오현 제품이다. 다지전의 리저(李哲) 전자상거래 관리실 주임은 “다지전에 현재 1만8000개 타오바오 매장이 있고, 주민의 80%가 연출 의상 가공·유통 산업에 종사한다”며 “2019년 전자상거래 매출이 70억 위안(1조2300억원)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다지전 타오바오 산업단지에 소재한 창순(昌順) 자수공장의 마더궈(馬德國) 사장은 “하늘이 내린 때와 지리적 이점, 사람의 조화가 모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면서 돈을 벌지 않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다지전의 타오바오 단지는 2016년 조성됐다. 인쇄·자수·의류·사진·물류 센터가 400m 도로 양쪽에 빽빽하게 들어섰다. 완성품 의류 도면 한장만 있으면 포장 판매까지 며칠이면 충분하다.

차오현 신화는 2013년 취임한 쑤융중(蘇永忠) 다지전 당서기가 이끌었다. 쑤 서기는 가내 수공업과 인터넷 쇼핑을 결합한 모델을 확산시켰다. 이로 인해 15만2000명에 이르던 빈곤층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농촌이던 다지전의 3차 산업 비중은 50%로 급증했다. 귀향 창업도 늘며 취업 인구가 8만6000명을 기록했다.

차오현은 전자상거래를 활용해 빈곤을 구제한 모범이자 ‘농촌으로 도시를 포위하는’ 경제 개발 노선 모델로 자리 잡았다. 차오현 신화는 ‘국내 대순환을 위주로 국내외 쌍순환을 상호 촉진한다’는 신발전 구도와 맞물려 새 경제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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