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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순위 스트레스, 그래도 교사 대신 웹툰 하길 잘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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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신의철 씨가 15일 마포구 YLAB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웹툰 작가 신의철 씨가 15일 마포구 YLAB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평균 연 수입 1억원, 초등학생 장래 희망 9위, 국내 시장 규모 1조원… 이제 웹툰 작가는 선망받는 고소득 전문 직종 중 하나지만 10년 전만 해도 사정은 달랐다. 일주일 내내 휴일 없이 작업해도 대졸 평균 월급도 벌기 어려웠고, 그나마 안정된 수입도 아니었다. 그런데 안정된 중학교 미술 교사의 길을 5년 만에 접고 웹툰 작가로 전업하겠다고 하니 주위에서 놀랄 수밖에…  '스쿨 홀릭', '인형의 기사', '내일은 웹툰', '사이드킥' 등 많은 히트작을 낸 중견 웹툰 작가 신의철(44)씨의 이야기다.
만화가를 꿈꾼 소년→사범대 학생→만화가 문하생→교사→웹툰 작가. 굽이굽이 돌아 결국 꿈을 이룬 그는 최근 네이버웹툰에 2개의 작품('야만의 시대', '사람의 조각')을 동시 연재 중이다. 얼마 전 히트작 '사이드킥'이 모바일 게임으로도 만들어지는 등 웹툰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그에게 웹툰과 작가의 삶을 물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야만의 시대' 연재 웹툰작가 신의철 #중학교 교사 그만두고 만화가 꿈 선택 #"'요즘 뭐해?'라는 말 안 듣는 게 목표" #

-미술 교사에서 웹툰 작가가 된 이력이 독특하다.
=중학생 때부터 꿈이 만화가였다. 사범대(고려대 미술교육과 96학번)에 진학한 것도 거기 가면 미술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모두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만화를 배울 수 있는 대학이 거의 없었다. 얼마 후 휴학계를 내고 만화가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수업을 받았다. 25살에 만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당선돼 작가로도 데뷔했는데, 몇 달 후 인기가 없어 연재가 중단됐다. 만화 잡지도 쇠락을 겪기 시작하면서 장래도 불안정해졌다. 그러다가 교생 실습을 나갔는데 학교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더라. 애들하고 지내는 것도 재밌고, 현실적인 경제 문제도 그렇고…문득 사범대를 간 것이 운명이었나 싶었다(웃음).

웹툰 작가 신의철 씨가 15일 마포구 YLAB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웹툰 작가 신의철 씨가 15일 마포구 YLAB에서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술 교사를 하면서 웹툰을 연재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그 무렵 싸이월드나 네이버 뿜 같은 곳에 사람들이 가볍게 만화를 그려서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서 나도 학교생활을 소재로 '스쿨 홀릭'이라는 작품을 싸이월드에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그러다가 네이버 도전만화(원고료가 없는 출품 작품)를 거쳐 2008년 네이버와 계약을 맺고 정식 웹툰이 된 것이다. 네이버 도전만화가 정식 웹툰이 된 최초 사례다.

신의철 작가가 연재 중인 웹툰 '야만의 시대' [사진 와이랩]

신의철 작가가 연재 중인 웹툰 '야만의 시대' [사진 와이랩]

-교사·웹툰 작가라는 복수 직업도 좋았을 것 같은데 왜 교사를 그만뒀나
=퇴근 후 오후 7시부터 새벽 2~3시 정도까지 만화를 그렸고, 오전 7시 일어나서 출근했다.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기 어려워지니까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 같았다. 내 인생 하나도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데 학생들의 인생을 일정 부분 챙긴다는 것이 맞나 싶기도 했다. 원래 꿈이 만화가였으니 이제 결단을 내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경제적 어려움은 걱정되지 않았나? 후회한 적은 없나?
=당시엔 원고료가 지금보다 훨씬 적어서 월 200만원 벌기도 어려웠다. 다만 브랜드 웹툰이라는 일종의 광고 웹툰이 비정기적으로 간혹 들어왔는데, 그런 것을 하다 보면 어떻게든 한 달은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후회는 한 번도 없다. 교사를 그만둔 날부터 오늘까지 웹툰 작가 하길 잘했다고 매일 생각한다.

-웹툰 작가로 살면 인간관계가 거의 사라진다는데 어느 정도 바쁜가
=웹툰 관련된 사람들 외에는 만나지를 못하며 살았다. 잠도 일부러 소파에서 잤다. 그래야 깊이 잠이 안 드니까… 휴일은 없다. 오전 10시쯤 일어나서 식사하고, 커피를 마시며 산책을 한 뒤 오후 2시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다. 오후 6시쯤 탁구를 가볍게 치고, 다시 목표치를 마칠 때까지 일한다. '부족한 건 내일 메우자'고 생각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밀릴 때마다 스트레스가 극심하다.

-웹툰을 만들 때 가장 힘든 건 언제인가

=초반을 만들 때, 특히 첫 화 구성이 힘들다. 지금 작품은 스토리 작가를 맡았는데, 그림을 직접 그릴 때는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을 그리다 보니 그나마 낫다(웹툰은 스토리 작가와 그림 작가가 나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인물 캐릭터나 색감 등 서로 의도한 것을 소통하는 데 오래 걸린다. 그래서 혼자 글·그림을 맡아도 1화 만드는데 두 달 정도 걸리는데 이번에 낸 '야만의 시대'는 1화를 만드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종이만화와 웹툰을 모두 경험했는데, 차이가 뭔가?
=웹툰의 호흡이 훨씬 짧다. 웹툰에서 작품성이 좋은데도 순위가 아래 있는 작품들이 있다. 몰아서 보면 재밌는데 매주 한 회씩 보면 따분한 경우다. 웹툰은 1회분이 60~80컷인데, 요즘 독자들은 그 안에서 갈등을 전개하고 해결까지 하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걸 맞춰주면 갈등도 깊어지기 어렵고, 해결이 시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다가 웹툰은 매주 결과물이 나온다. 별점, 댓글 수뿐 아니라 심지어 매출 결과는 일자별로 들어온다. 매출이 높으면 다음 회가 궁금하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매출이 낮으면 다음 회가 덜 궁금하다는 거니까 '아, 이번엔 아침드라마처럼 끊어볼까' 고민도 한다(웃음).

신의철 작가의 동명 웹툰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사이드킥' [자료 네이버]

신의철 작가의 동명 웹툰을 모바일 게임으로 만든 '사이드킥' [자료 네이버]

-중견 작가도 별점이나 댓글에 영향을 받나?
=물론이다. 별점 낮고 순위 낮으면 스트레스를 받는다(네이버는 요일별로 40~50편의 작품이 경쟁한다). 댓글도 전부 보는 편이다.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일깨워주는 경우도 있고, 스토리 전개가 느려지면 '고구마'라고 비난을 듣기도 한다. 그러면 심적으로 힘들어지기 때문에 결국 스토리 전개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 비난이나 별점·순위 등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 과제이기도 하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결국에는 누군가는 알아주지 않을까.

-웹툰 작가로서 목표가 뭔가
='신의철, 요즘 뭐 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다. 꾸준히 오래 활동하고 싶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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