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디자인과인데···예체능 국가장학금, 연세대 못받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6.19 05:00

경기도의 한 대학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중앙포토

경기도의 한 대학 도서관 열람실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중앙포토

 연세대 생활디자인학과에 다니는 조현호(20) 씨는 국가에서 주는 예술 체육 비전 장학금(예체능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조 씨의 학과가 예술 대학이 아닌 생활과학대학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조 씨는 "학과의 소속이 자연계열이란 이유로 장학금 신청조차 못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체능장학금은 한국장학재단이 예체능계 우수 인재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이다. 예술 및 체육계열 학과 신입생이나 재학생(3학년)을 뽑아 졸업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급한다. 선발된 학생 중 성적우수자는 학기당 200만원의 생활비도 지원한다. 이처럼 지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예체능계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같은 교육 받는데…단과대 따라 갈리는 장학금

지난 3월 8일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디자인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8일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 학생들이 디자인 수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학생들은 모호한 학과 분류 기준 때문에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며 분통을 터트린다. 연대 생활디자인학과는 다른 대학의 디자인 학과와 비슷한 교육을 하지만, 교육부 '표준분류체계'에서 자연계열로 분류되는 단과대에 속해 있어 예체능장학금을 받지 못한다.

이런 사례는 연대 만이 아니다. 서울여대 패션산업학과도 자연계열인 '미래산업융합대학'에 속해 있어 재학생이 예체능 장학금을 받을 수 없다. 경희대 의상학과는 인문사회계열 단과대에 속해있어 마찬가지로 해당 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다.

반면 성균관대 의상학과는 예술계열로 분류돼 예체능 장학금 혜택을 받고 있다. 2008년 생활과학대학을 폐지하면서 학교 측이 의상학과를 예술대학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학과지만, 단과대가 다르다는 이유로 장학금 수혜 여부가 갈리는 것이다.

조 씨는 "다른 학교의 디자인학과랑 똑같이 그래픽이나 제품·패션디자인을 배우고 과제를 한다"며 "예술 실기를 준비해서 입학했고, 졸업 전시회도 하는 데 예술계열 장학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융합학과 증가…장학금 '사각지대' 늘어

8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표준분류체계에 따라 국가장학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대학재정장학과 관계자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하므로 표준분류체계에 따라 지급 대상을 나눠야 한다"며 "학과 이름에 예술이 들어갔다고 예체능 장학금을 줄 순 없다"고 말했다.

모호한 학과 분류 기준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예술계열 학과를 이공계 학과와 합쳐 융합 학과를 만드는 대학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이 통폐합한 융합 학과를 이공계 단과대로 분류하고 있어 예술계열 학생의 장학금 수혜 기회도 줄어들 수 있다.

"학과 변화 맞춰 국가장학금 기준 손봐야"

신민준 예술대학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학과의 교육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행정상 편의를 위해 분류한 기준에 따라 지원대상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예술대학을 폐지하고 다른 단과대로 흡수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 예체능 계열 학생들의 기회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학과가 느는 추세를 반영해 국가장학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한다. 김미란 한국교육개발원 고등교육연구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 표준분류체계에 없었던 신설학과가 늘고 있다"며 “분류체계 때문에 장학금 기회를 놓치는 학생이 없도록 변화에 맞춰 국가장학금 선발 기준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궁민 기자·곽민재 인턴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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