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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신약 논란에도…첫 환자 "마지막 기회" 간절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4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마르크 아참볼트(70)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을 정맥 주사로 맞고 있다. [페이스북 @butler.org]

2014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마르크 아참볼트(70)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을 정맥 주사로 맞고 있다. [페이스북 @butler.org]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의 투여가 시작됐다. 첫 환자는 70세 남성. 여전히 논란이 있는 신약이지만,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그는 이 약이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미 CNBC 등 현지 언론은 16일(현지시간) 로드아일랜드주 부동산 중개업자 마르크 아참볼트(70)가 애드유헬름의 첫 투여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2014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그는 이날 오전 버틀러 병원에서 정맥 주사로 신약을 맞았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이 약은 알츠하이머 주요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다. 그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에 사용된 약은 불안과 불면증 등 증상을 일시적으로 개선하거나 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애드유헬름은 기억력·인지능력 쇠퇴를 늦추는 효과를 갖췄다.

기억, 노화 분야에서 아두카누맙의 효과를 연구해 온 스테픈 살로웨이 교수. [페이스북 @Butler Hospital]

기억, 노화 분야에서 아두카누맙의 효과를 연구해 온 스테픈 살로웨이 교수. [페이스북 @Butler Hospital]

아참볼트는 그간 자신을 돌봐준 스테픈 살로웨이 교수의 추천으로 신약을 맞기로 했다. 2013년부터 기억·노화에 대해 연구해 온 살로웨이 교수는 애드유헬름의 FDA 승인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본격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효능을 놓고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상당수 환자들은 “인지능력 저하를 지연할 수 있다는 데 희망을 건다”는 입장이다.

7년 간 알츠하이머를 앓은 아참볼트도 마찬가지다. 아참볼트는 “신약 승인이 몇 년 더 걸렸다면 너무 늦었을 것”이라며 “이 약은 내 의지에 따라 신체를 더이상 통제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기억을 잃지 않고 나답게 살 수 있다는 건 경이롭다”며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했다. 아참볼트는 앞으로 매월 정맥 주사로 약을 맞을 예정이다.

신약 첫 투여자인 아참볼트는 기분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페이스북 @Butler Hospital]

신약 첫 투여자인 아참볼트는 기분이 어떻느냐는 질문에 "괜찮다"고 답했다. [페이스북 @Butler Hospital]

문제는 신약을 맞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연간 5만6000달러(약 6200만원). 메디케어 수혜자격이 있는 노인은 비용의 20%만 부담하지만, 수혜 대상이 아닌 아참볼트는 고스란히 그 몫을 감당해야 한다.

당초 전문가들이 예상한 가격은 연간 1만~2만5000달러(약 1115~2788만원)였다. 하지만 제약사 측이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했고, 알츠하이머 협회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비용"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효능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FDA는 이 약이 알츠하이머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는 단백질 덩어리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고 알츠하이머가 치료되는지는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 [AP]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애드유헬름’. [AP]

FDA는 효능 논란을 의식해 애드유헬름을 조건부 승인했다. 시판 후 후속 임상시험 결과를 통해 인지능력 개선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FDA 외부 자문위원 3명이 항의성 사임을 결정하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그 중 한 명인 에런 케셀하임 하버드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의약품 승인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각종 논란에도 버틀러 병원은 앞으로 100여명의 환자에게 이 약을 투여할 예정이다. 살로웨이 교수는 “우리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미국 내 알츠하이머 사망자는 12만 명 이상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이민정 기자·장민순 리서처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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