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귓방맹이 쳐맞음" 애완견 괴롭힌다고 3세딸 때려죽인 계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러스트 김회룡]

[일러스트 김회룡]

"애완견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동거남의 어린 딸을 때려 사망케 한 3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10년형보다 2년 늘어난 형량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최수환)는 17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은 A씨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징역 12년형과 12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10년간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선고했다.

"미끄럼틀서 떨어졌다" 주장한 A씨

A씨는 2019년 1월 28일 오후 3시쯤 경기도 자택에서 동거하던 B씨의 딸 C양(당시 3세)을 폭행해 뇌사상태에 빠지게 하고, 한 달여 병원에서 치료받던 C양이 끝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기관과 1심에서 A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 당일 C양이 집에 설치된 미끄럼틀에서 떨어졌을 뿐이고, 자신이 C양을 밀치고 관자놀이 부위를 2~3대 때린 적은 있지만, 이것 때문에 C양이 죽음에 이르게 된 건 아니라는 취지다. A씨는 C양이 의식을 잃은 상황에 대해 “낮잠을 자던 C양을 깨우니 일어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심을 맡은 인천지법은 A씨 주장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건 당일 친하게 지내던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와 의학전문가 3명의 소견을 종합할 때 A씨의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강아지 괴롭혀서”…카톡으로 지인에게 폭행 묘사

사건 당일 A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에게 아이를 때렸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또 쳐맞음. 졸라 쳐맞음. 초코(강아지) 괴롭히지 마라. 신경꺼라 경고 줌. 그런데 세 번째 또 하네? 뒤돌면 엉덩이 때리고 앞에 서면 밀어 던지다시피하고, 주저앉으면 머리채를 붙잡아서 공중에 들어버리고. 우는 소리 자지러지는데 눈물은 안 남. 티 안나도록 귓방맹이 한 대 맞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본인의 범행을 묘사하는 카톡을 지인에게 보낸 것이다. A씨는 C양 친부에게 딸의 머리를 때렸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다가, 휴대전화를 임의제출하게 되자 때린 사실을 말하기도 했다.

C양이 의식을 잃은 채 병원에 도착했을 때 담당한 의료진이나 부검의들이 낸 의견도 A씨 주장을 배척하는 근거가 됐다. 의학 전문가들은 C양의 사인으로 추정한 ‘후두부 분쇄골절’에 대해 “적어도 약 2~3m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성인이 아이를 내동댕이치는 식으로 던져 아이가 단단한 벽이나 바닥에 부딪히는 등 매우 강한 외력이 있어야 하고, 단순히 흔들어서 생기는 골절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냈다.

A씨 주장대로 1m 높이 미끄럼틀에서 떨어져 머리를 부딪쳤다면 단순 골절은 가능해도 머리뼈가 분쇄되는 골절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냈다. 지난 1월 1심은 A씨에게 징역 10년 형을 선고했다.

“형 무겁다” 했지만, 항소심서 12년형으로 2년 늘어

A씨와 검사 모두 “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은 A씨에게 “이 사건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받은 10년 형은 무거운 것이 아니라 가벼워서 부당하다”며 A씨에게 징역 12년 형을 선고했다.

A씨는 2심에서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했는지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밝히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를 언급하며 “진지한 반성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은 “아동을 포함한 약자들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사회 건강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아동학대범죄를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옥색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선 A씨는 선고 시작부터 연신 눈물을 훔치며 항소심 선고를 듣고 다시 구치소로 향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