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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수술실 CCTV 설치 급가속 왜?…이준석과 충돌 1라운드

중앙일보

입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더불어민주당간 ‘수술실 CCTV 설치법’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16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회동 뒤 기자들을 만나 “수술실 CCTV 설치법에 찬성하면 선(善)이요, 반대하면 악(惡)이라는 방식으로 야당을 대하면 앞으로 용납하지 않겠다”며 “야당과 충분한 협의가 진행 안 된 채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 민식이법 등으로 사고 친 쪽은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은 이 대표가 14일 “사회적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자 그에게 십자포화를 날렸다. 이 지사는 15일 페이스북에서 “엘리트 기득권을 대변해왔던 국민의힘의 기존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며 “이 대표의 입장에 실망”이라고 말했다. 친문재인계 강병원 의원은 15일 “수술실 환자의 현실을 외면하고 절대 강자인 의사에게 힘을 더 보태는 것이 ‘이준석의 공정’이냐”며 “의사 심기를 고려하느라 반대하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친문 진영과 이재명계가 한 목소리를 낸 건 최근 들어선 드문 일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이 지사를 공격하며 논란에 가세했다. 홍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한다고 특권소수층 옹호라고 공격하는 이 지사를 보고 그 무대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참 어이 없는 의료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與 ‘수술실 CCTV 설치법’ 태세전환 왜?

당초 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이 지사가 경기도 의사단체와 대립하던 사안이었다. 이 지사는 2018년부터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료원과 산하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엔 여야 국회의원 전원에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법제화 해달라”며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당시엔 여당의 반응도 시큰둥했다. 지난 2월 18일 보건복지위 소위원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여당 복지위원들과 정부도 “수술실 ‘입구’에 설치하는 것은 의무로 하고 내부는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만 “뭔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려고 한다면 수술실 내부 설치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며 “내부를 자율로 맡길 거면 왜 우리가 여기서 논의하고 있냐”고 항의하는 정도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촉구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고 나서 민주당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법 처리가 시급하다”며 “이 대표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여의도 어법으로 ‘반대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송영길 대표는 국회 정문 앞에서 78일째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던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의 유가족 이나금씨를 만나 “6월 국회에서 반드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치권에선 이런 태세전환에 대해 "여당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이준석 대표의 약점을 파고들 카드로 판단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여당 복지위원은 “여론 89%가 찬성하는 정책”이라며 “국민의힘이 협조해서 통과시켜도, 반대해서 무산되는 모습을 보여줘도 여당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이준석 대표의 엘리트주의를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 측 관계자도 “여론의 지지가 압도적으로 높아 국민의힘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한의협 “의사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나”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관계자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수술 장면을 영상 녹화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과 광주에서 대리 수술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 11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관계자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카메라로 수술 장면을 영상 녹화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근 불거진 인천 한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지역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수술실 CCTV 설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의사단체의 반발이다. 19, 20대 국회에서도 같은 시도가 있었지만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의 강한 반대로 제대로된 논의조차 없었다.

의사단체들은 수술실에 CCTV 설치 의무화는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것 ▲인격권과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1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 상임위 논의, 5월 공청회를 거쳤기 때문에 법안 처리를 위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했다”며 “더 이상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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