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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위해 '슬기로운 의(衣)생활'을 만드는 사람들, 다시입다연구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 버리긴 아깝고 그렇다고 입기는 싫은, 그래서 옷장 속에 그저 쌓아만 두고 있는 옷의 비중이다.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의 자체 조사 결과인데, 이들은 이런 옷을 세상으로 끄집어 내 새로운 쓰임을 주기로 했다. 옷에 새생명을 부과하는 과정은  '21% 파티’다. 파티에 참석하고 싶다면 반드시 지참해야 할 것은 바로 옷! 파티니까 유행하는 옷으로? 아니, 내 옷장 속 안 입는 옷이면 충분하다. 파티의 호스트인 ‘다시입다연구소’ 팀을 만났다.

#제로웨이스트 #지속가능한의생활 ##21%파티 #의류교환행사

안 입는 옷을 끄집어 내 새로운 쓰임만 만들어도 의류 쓰레기가 줄어든다. 다시입다연구소는 '다시 사용'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진 속 포스터는 다시입다연구소가 21% 파티를 열 때마다 벽에 붙여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사잔 다시입다연구소]

안 입는 옷을 끄집어 내 새로운 쓰임만 만들어도 의류 쓰레기가 줄어든다. 다시입다연구소는 '다시 사용'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사진 속 포스터는 다시입다연구소가 21% 파티를 열 때마다 벽에 붙여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사잔 다시입다연구소]

어떤 단체인가요.

의생활에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정주연 대표, 뉴스레터를 만들고 SNS를 담당하는 최윤희 에디터, 모든 디자인 물을 제작하는 정소연 디자이너 셋이 의기투합했어요. 사실 저희는 독립잡지 ‘언니네 마당’을 함께 만드는 사이였는데, 셋 다 환경에 관심이 많았어요. 환경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고민하게 됐어요. 그 결과 지구에 도움 되는 ‘슬기로운 의생활’을 캠페인 형식으로 소개하는 ‘다시입다연구소’를 만들게 된 거죠. 지난해 4월 서울시 비영리 스타트업으로 본격 출발했습니다.

어떤 활동을 하나요.

의류 교환행사인 ‘21% 파티’를 열어요. ‘21%’는 자신의 옷 중 안 입는 옷의 평균 비율이에요. 저희가 자체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옷장 속에 평균 10벌 중 2벌의 옷은 입지 않지만, 또 너무 멀쩡해 버리지도 못한다고 대답했어요. 이렇게 모셔만 둔 옷을 서로 바꿔 입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용은 들이지 않고 교환을 통해 새로운 옷을 얻는 대안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거든요.

흥미롭네요. 개최했던 파티는 어땠나요.

지금까지 저희가 주최한 파티는 총 4번이에요. 처음 파티 때는 '과연 누가 옷을 교환할까' 궁금했어요. 주부가 많을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지만, 막상 파티에 온 사람들은 20~30대 MZ세대가 많아서 깜짝 놀랐어요. MZ세대를 중심으로 의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느꼈죠. 환경을 생각하며 어떻게 옷을 입을까에 대해 관심 가지고 있더군요. 환경문제는 어찌 보면 우리 세대가 만든 문제인데, 앞으로 살아갈 세대가 슬기롭게 해결하고 있는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의 운영진들. 왼쪽부터 정소연 디자이너, 정주연 대표, 최윤희 에디터. 의류 물물교환 캠페인 '21% 파티'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중앙포토]

비영리 스타트업 '다시입다연구소'의 운영진들. 왼쪽부터 정소연 디자이너, 정주연 대표, 최윤희 에디터. 의류 물물교환 캠페인 '21% 파티'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의생활을 실천하고 있다. [중앙포토]

다시입다연구소의 21% 파티 현장. 많은 사람이 다른 이가 가져온 옷 사이를 돌며 교환해 갈 옷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참가자는 주로 20~30대 MZ세대다.

다시입다연구소의 21% 파티 현장. 많은 사람이 다른 이가 가져온 옷 사이를 돌며 교환해 갈 옷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참가자는 주로 20~30대 MZ세대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세요.

한 번은 국제학교 초청으로 파티를 열었던 적이 있어요. 초‧중‧고교가 함께 있는 학교였는데, 파티 내내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어요. 특히 학생들이 내가 입던 옷을 가져오는 것만으로 다른 옷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신기해 했어요.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물건을 조심히 사용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않고도 얻는 방법을 배우게 된 거죠. 한 엄마는 '아이가 물건을 아껴야겠다고 처음으로 말했다'며 대견해 했답니다.

행사 때 교환되지 않은 옷은 어떻게 되나요.  

남은 옷들은 선별해 기부하고 있어요. 그동안은 의정부에 있는 중고 의류매장 ‘숲스토리’에 기부했어요. 이곳은 발달장애인을 고용하고, 판매금을 그들의 자립에 사용하는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이런 단체에 계속 기부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수익구조가 궁금합니다.  

사실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절대 아닙니다. 돈을 보고 시작한 일도 아니고요.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비용이 안 들어갈 순 없어요. 인건비는 처음부터 생각도 안했고, 하다못해 작은 홍보물이라도 만들려면 돈이 필요해요. 또 파티에서 ‘핸드페인팅 커스텀’ ‘수선&업사이클링’ ‘스타일 제안’ 등 다양한 위크숍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다 보니 강사초빙에 가장 큰 비용이 들고요. 이런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더 자주 개최하지 못해 아쉽죠. 감사하게도 최근 비영리재단인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사업지원을 받게 됐어요.

가장 힘든 점은요.  

글쎄요. 육체적으로 힘이 든다는 것 정도요? 플리마켓 팀과 함께 행사를 열었던 적이 있었어요. 셀러는 물건을 가져와 판매하면 짐이 단출해져서 돌아가요. 하지만 저희는 반대예요. 빈손으로 왔다 행사를 마치면 오히려 짐이 늘어요. 기부할 옷을 정리하고 상자에 담아 나르고, 다시 택배 포장해 보내는 일을 셋이서 하려니 힘에 부쳐요. 더군다나 옷을 둘 곳이 마땅히 없어 사는 집에 놓는 점도 부담이고요. 그나마 지금까지는 저희 셋이 소화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왜 계속하나요.

응원해주는 사람들 때문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헤이그라운드와 진행한 파티는 대성황이었어요. 첫 행사부터 꾸준히 오셨던 분도 있었고, 어떻게 하면 파티가 더 활성화될지 같이 고민해주시는 분까지 많이 오신 걸 보고 힘이 났죠. 또 하나는 중고 의류에 대한 거부감을 체험하며 없애려는 목적도 있어요. 가져오는 옷들을 보면 한 번도 입지 않은 새 옷이나 상태가 좋은 옷이 상상 이상으로 많아요. 이런 옷을 중고라고 버린다는 게 너무 아깝잖아요. '다시 사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지속가능한 활동이라고 생각해요.

21% 파티에 가져온 옷엔 그 옷에 얽힌 사연이 담긴 카드가 붙는다.

21% 파티에 가져온 옷엔 그 옷에 얽힌 사연이 담긴 카드가 붙는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친구와 사진 찍으려고 샀지만, 1회 밖에 입지 못했다. 부디 반짝임을 잃지 않길'이라고 써 넣은 메시지에 피식 웃음이 난다. 과연 이 옷은 어떤 새로운 주인을 만났을지 궁금해진다.

'프랑스 보르도에서 친구와 사진 찍으려고 샀지만, 1회 밖에 입지 못했다. 부디 반짝임을 잃지 않길'이라고 써 넣은 메시지에 피식 웃음이 난다. 과연 이 옷은 어떤 새로운 주인을 만났을지 궁금해진다.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행사가 있을 때 온라인으로 먼저 신청하셔야 해요. 다음엔 옷장에서 안 입는 옷을 고르세요. 세탁까지 마친, 판매할 수 있는 상태의 옷이어야만 해요. 옷은 1인당 최대 5벌까지 가져올 수 있고, 옷 한 벌당 1장의 교환 티켓을 주는데 그것으로 마음에 드는 옷을 교환해 가면 돼요. 파티장에 오면 먼저 할 일은 자기 옷에 달 태그(조그만 표)를 만드는 일이에요. 이 태그에는 가격이 아니라 ‘내 옷의 스토리’를 적어요. 예를 들어 '잘 가! 내가 널 5년 전에 어디 매장에서 만나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려고 샀는데, 결국 못 입고 널 떠나 보낸다. 부디 너를 소중히 입어 줄 친구를 만나렴'요. 행사장에서는 내 옷을 교환해 가는 사람에게 '잘 입으세요'라고 인사 나누는 흐믓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어요. 21% 파티는 단순히 물건 교환의 의미가 아니에요.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됩니다. 모르는 사람인데 옷 하나를 두고 '이렇게 입어보세요'라고 제안하기도 하고, '이 옷은 편집숍에서 샀고, 생일파티때 딱 한번 입었어요'란 옷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파티’란 이름을 붙인 이유는 모두가 즐겁게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어요. 외국에선 한 주를 정해 그 주에 누구와 옷을 교환했는지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소개해요. 이때 해시태그를 달아서 마치 캠페인처럼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 행사는 꼭 저희만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란 점도 알아주세요. 개인이든 단체든 동네 커뮤니티든 모여서 서로 교환하는 모임을 연다면 그곳이 바로 21% 파티장인 거죠. 서로 옷을 교환하면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전국 곳곳에서 21% 파티가 열리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민지맨션에서도 파티가 열린다고요.

6월 20일(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MZ세대의 놀이터’ 민지맨션에서 '리러브 마켓'이 열리는데요. 이 마켓의 한 프로그램으로 21% 파티가 열려요. 이번에는 옷 중에서도 티셔츠·셔츠·재킷 등 상의만을 교환하는 파티예요. 최대 5개까지 자신이 가져온 옷의 갯수만큼 교환권을 받을 수 있고, 교환권 1개로 다른 사람의 옷 1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참 이날은 자신의 헌옷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도 참가가 가능해요. 행사를 살짝 맛보고 다음엔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의미에서 참가의 문턱을 낮췄어요. 단 물물교환할 자신의 옷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옷을 1개당 2000원씩의 기부금을 내셔야 해요(최대 3벌). 이 돈은 모아서 '보호종료 아동'이 된 MZ세대의 자립을 돕는 사회단체에 민지맨션과 함께 기부할 예정입니다.

강미숙 민지리뷰 객원에디터

민지맨션 x 다시입다연구소의 '리러브 마켓-21% 파티'는...

민지맨션과 다시입다연구소가 주최하는 '리러브 마켓-21% 파티'가 6월 20일(일) 열립니다.
일    정  ㅣ 낮 12시~오후 6시. 1시간 간격으로 총 6번의 세션 진행(오후 12시·1시·2시·3시·4시·5시)
장    소  ㅣ 서울 마포구 마포구 양화로15안길 6 민지맨션
교 환 품  ㅣ상의만 진행(티셔츠·셔츠·블라우스·스웨트셔츠·재킷 등)
운영방법 ㅣ  안 입는 옷을 가져와서 1벌당 1개의 교환권 수령(최대 5장).교환권 1개로 다른 사람의 옷 1개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교환용 옷을 가져오지 않은 사람의 경우, 1벌당 2000원씩의 기부금을 내고 가져갈 수 있습니다(최대 3벌).
참가방법 ㅣ  별도의 사전 신청 없이 도착 순서대로 입장. 세션당 정원(20명)이 다 차면 비어있는 가장 빠른 시간으로 입장 안내를 받고, 현장에서 시간 예약 후 다시 방문하셔야 합니다.
※리러브 마켓- 21% 파티의 수익금 전액은 '보호종료 아동'이 된 MZ세대의 자립을 돕는 사회단체에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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