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관광 와서 분청사기 산다? 문화재 100여점 노린 외국인들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사동 일원서 문화재 구입 

관광객으로 위장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도자기와 고서적 등 문화재 100여 점으로 해외로 빼돌리려던 일본인과 중국인 등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전경찰청, 문화재 101점 압수·국가 귀속

대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우리 문화재를 해외로 밀반출하려던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로 재일교포 A씨(62)와 일본인 B씨(59) 등 11명을 검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에 검거된 11명 가운데는 일본인을 비롯해 중국인과 베트남인, 독일인도 포함됐다. 이들은 문화재 전문 브로커와 일본 내 한국인 교사, 연구원, 목수 등으로 평소 우리나라 문화재 가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 인사동 일원에서 분청사기와 다라니경 같은 도자기·고서적·목가구 등 111점을 사들인 뒤 국제택배 등을 통해 해외로 빼돌리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우리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리려 한 일본인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들에게서 문화재 101점을 압수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우리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리려 한 일본인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들에게서 문화재 101점을 압수했다. 신진호 기자

국제택배·여행가방 등 반출 시도 

문화재 브로커인 일본인 B씨는 백자청화와 분청사기 등 5점을 국제택배(EMS)를 통해 일본으로 보내려다가 적발됐다. 재일교포인 A씨 또한 국제택배로 38점을 일본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경찰과 문화재청 합동단속에 걸려 무산되기도 했다. 중국인인 C씨(68)는 고서적 등 23점을 여행 가방에 넣어 밀반출하려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단속에 걸렸다.

이들이 빼돌리려던 문화재 중에는 고려시대 도기매병 등 보물급으로 분류할 수 있을 만큼 예술·학술적 가치 높은 물품도 있었다. 문화재청 감정 결과 압수한 문화재는 11세기부터 20세기까지의 유물로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국보나 보물은 아니지만, 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있는 ‘일반동산문화재’로 판명됐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A씨 등은 경찰에서 “해외로 보내는 게 불법인 줄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과 문화재청은 공조수사를 통해 이들이 물건을 되팔기 위해 빼돌린 것으로 판단했다.

대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우리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리려 한 일본인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들에게서 문화재 101점을 압수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우리 문화재를 해외로 빼돌리려 한 일본인 등 11명을 검거하고 이들에게서 문화재 101점을 압수했다. 신진호 기자

경찰, "브로커" 첩보 문화재청과 공조  

경찰은 2018년 3월쯤 “일본으로 문화재를 반출하는 브로커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 문화재청과 3년간 공조수사를 벌여 이들의 범행을 밝혀냈다. 범죄를 확인한 뒤 일본 현지에 있던 A씨 등을 다시 입국시킨 뒤 검거했다.

경찰은 압수한 문화재 101점 가운데 92점은 국가에 귀속한 뒤 문화재청 고궁박물관에 보관할 방침이다. 문화재적 가치가 없는 나머지 9점은 돌려줄 방침이다. 현행법상 국보급 문화재라도 국내에서 거래·이동은 가능하지만, 해외 반출은 반드시 관계 당국의 감정을 거쳐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문화재를 반출하려다가 적발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된다”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가 해외로 밀반출되지 않도록 공항·항만, 국제택배의 검문·검색을 강화하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