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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보다 쌉니다"…당근마켓 '미개봉 무선청소기' 비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유독 자주 판매되는 현상을 두고 '복지몰 상품 되팔기'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10만원대 무선청소기들. 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에 올라온 10만원대 무선청소기들. 당근마켓 캡처

1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당근마켓에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은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 작성자는 "당근마켓 보면 10~20만 원짜리 미개봉 무선청소기가 많다"며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복지몰 상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작성자는 "선물 받은 게 필요 없다거나, 집들이 선물이라는 식으로 사연을 붙여서 팔고 있는데, 원래는 비싼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 네이버 최저가 사진도 딱 올린다. 정가는 50~80만원 상당이라는데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다. 스펙을 보면 10만 원대 중국 차이슨 청소기와 비슷하고, AS 어디서 해주는지도 미지수다. 이런 제품이 어디서 튀어나왔냐.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복지몰 상품"이라고 적었다.

게시글 작성자에 따르면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에서는 매년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한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제휴처 중 하나가 복지몰이다.

작성자는 "일부 직원들이 포인트 현금화나 차익을 위해 저가상품을 구매 후 되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작성자는 '복지몰 상품 리셀러'들이 LG나 삼성 등 브랜드 고가 제품은 차익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꺼리고, 대신 백화점 등에서 취급하지 않는 저가 제품 위주로 당근마켓에 되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복지몰 내 저가 제품을) 납품하는 유통사들은 지마켓 네이버 등에 판매가의 4~5배에 달하는 말도 안 되는 정가를 올린다"면서 "판매처도 적고 리뷰도 없거나 적다. 요즘 인터넷에 모델명 최저가 검색 후 물건 사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일부러 비싼 가격으로 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작성자는 실제 당근마켓에서 거래 중인 복지몰 상품을 사진으로 올리기도 했다.

보배드림 캡처

보배드림 캡처

당근마켓 판매자는 40만 원대 제품을 13만원에 파는 것처럼 올렸지만, 사실 해당 제품은 복지몰에서 12만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게 작성자의 주장이다.

작성자는 "저가 중국 OEM제품을 마치 다이슨 삼성급 프리미엄 제품인 것처럼 속여서 실제 구매가보다 몇만 원 비싸게 되파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짜로 증정품, 선물, 기념품 등으로 얻고 불필요해 파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근마켓 미개봉 파는 분들 판매내용을 보면 여러 제품을 팔고 있는데 제품이 하나같이 전부 복지몰에서만 취급하는 상품들"이라고 말했다.

작성자는 O펠, O랄, O토모, O데알미늄, O벤, O아스, O스펠, O벡스 등등 복지몰에서만 파는 브랜드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라고 되물었다.

이 작성자는 "저가 제품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라며 "다만 네이버 최저가처럼 50~80만원에 팔릴만한 게 아니고, 딱 포인트 가격에 팔릴 정도의 저가형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몰 제품이 마음에 드신 분은 검색할 때 네이버 가격 비교 말고 중고나라에 검색해보라"면서 "똑같은 미개봉에 택배비 포함됐는데도 당근보다 몇만 원은 더 저렴할 거다. 전국구라 복지몰 리셀러끼리 경쟁이 더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작성자가 캡처한 중고나라 검색 화면을 보면 당근마켓에서 13만 원대에 팔리던 청소기가 12만 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보배드림 캡처

보배드림 캡처

작성자는 "50만 원짜리 새제품이면 5천원 물고 반품하거나, 30만원, 40만원에 되팔아도 될 것을 왜 많은 사람들이 큰 손해(?)를 감수해가며 이구동성 12만원에 파는 걸까"라고 되물으며 "시세만 봐도 출처가 어딘지 뻔히 보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끝으로 "당근마켓에 미개봉상품을 상습적으로 올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대부분 거짓 사연을 써놓고 구매자를 기만한다. 정가에 사는 사람도 없는데 네이버 판매가격을 거론하며 본인이 5~80% 파격 세일을 하는 것처럼 사기 치고 있다. 사시더라도 이런 걸 알고 구매하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 글을 본 네티즌들은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복지를 도둑질하는 나쁜 사람들이다. 절대 사주지 마라", "저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직원들만 손해 본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친구한테 선물 받고 상사한테 선물 받고 집들이 선물 받았다고 사연을 올리는데, 판매자의 다른 판매 물품을 들여다보면 한사람이 몇 개씩 팔고 있더라", "당근에 미개봉 상품의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해가 된다"고 반응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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