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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안자 땀흘리며 온몸 긴장…빵 터진 이낙연 '몸 개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반려견을 안고 견주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반려견을 안고 견주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강아지는 편한데 대표님만 긴장했네. 겁먹지 마세요.”  

13일 오후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에 있는 반려동물 놀이터를 방문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아지를 안고 뻣뻣한 포즈를 취하자 이를 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졌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반려동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동물 그 자체가 생명체로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라는 메시지를 내기 위한 현장이었지만 참모진과 시민들의 시선은 이 전 대표의 어색한 몸짓에 집중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시민, 반려동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시민, 반려동물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반려동물 놀이터에서 그를 알아본 많은 시민들이 “우리 애기(반려동물)랑 사진 한 번 찍어달라”고 요청하자 긴장한 이 전 대표는 강아지와 거리를 둔 채 차렷자세로 촬영에 응했다. “강아지 좀 쓰다듬어 보세요” “한번 안아주세요” 라는 시민들의 주문엔 “처음 보는 사람이 만지면 개도 불쾌할 수 있다”면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았다. 프렌치 불도그와 함께 찍을 땐 앞발만 겨우 붙잡았다. 평소 ‘엄중한’ 이 전 대표의 몸 개그에 시민들 사이에선 웃음이 이어졌다. ‘강아지를 한 번도 안 키워봤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저는 안 키워봤고 제 아내는 친정에서 예전에 해봤다”고 답했다

이날 현장에선 이낙연계 윤영찬, 정태호, 오영환 의원이 출동해 이 전 대표의 부족한 스킨십을 채우려 동분서주했다. 세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시민들 앞으로 이끌어 직접 카메라를 받아 들고 셔터를 누르기를 여러 번. 윤영찬 의원은 숨을 돌리며 “이 전 대표가 마음과 달리 숫기가 없어서 그렇지 저 정도면 엄청나게 노력 중인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깊은 이낙연의 ‘몸 개그’

이 전 대표의 ‘몸 개그’의 역사는 길다. 2014년 전남도지사 선거 유세 땐 사회인 야구단을 방문했다가 갑작스런 시구 제안에 곤욕을 치렀다. 힘껏 던진 첫 공은 그대로 땅바닥으로 꽂혔다. 두 번째 공도 ‘패대기 시구’가 되자 행사는 억지 박수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 동행했던 보좌관은 “예정에 있었다면 연습이라도 시켜서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4년 사회인 야구단에서 시구하는 모습(왼쪽)과 2019년 키르기스스탄에서 활쏘기를 체험하는 모습.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4년 사회인 야구단에서 시구하는 모습(왼쪽)과 2019년 키르기스스탄에서 활쏘기를 체험하는 모습.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2019년엔 키르기스스탄에서 국가대표 몸치임을 인증했다. 키르기스스탄 전통 활쏘기 체험장에서 이 전 대표가 날린 화살은 모두 과녁이 아닌 바닥을 향했다. 당시 현장을 수행했던 한 측근은 “너무 어려워 해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활인 줄 알았다”며 “이 총리가 환담하러 간 사이 쏴 봤는데 아주 쉽게 날아가는 활이었다”고 말했다.

당 대표 시절엔 운동 능력 때문에 일정을 급변경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홍성국 의원(세종시 갑)과 세종시에서 자전거를 함께 타는 일정이 잡힌 걸 뒤늦게 안 당 공보국은 급하게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 이 전 대표가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몰라서였다.

‘엄중 낙연’ 탈피하려는 이낙연의 노력

최근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이 전 대표의 시도는 “무한도전급”(민주당 당직자)이다. 이미 두 차례 TV 예능프로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세번째 예능 프로그램 녹화 일정을 조율중이다. 지난 9일 방영된 예능에선 아내 김숙희씨와 함께 출연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4일 오후엔 E스포츠 경기장 찾아 프로게이머와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청년들을 만나서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고스톱도 안 한다”고 말한 이 전 대표에겐 이 역시 험난한 도전이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앞으로 이 전 대표의 다양한 모습을 더 보여줘서 시민에게 다가가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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