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용 영화 저질 에로물 "홍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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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비디오 시장이 벗기기 영화 양산을 부채질하고있다.
에로성 영화가 비디오시장을 석권하자 이에 영합한 준포르노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흥행의 보증수표와 다름없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도 맥을 못출 정도로 비디오시장은 저질한국영화가 판을 치고 있다.
영화업계는 이러한 비디오문화의 이상현상을 의식, 높은 가격의 판권수입을 노려 에로물을 마구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충무로 영화가에는 비디오 산업에서 들어오는 자금이 만만찮은 입지를 확보한 상대다.
저질영화를 주로 찾는 비디오 관객과 장사를 앞세운 비디오업계, 그리고 이에 맞춰 상품을 찍어내는 일부 제작자가 한 묶음이 되어 돌아가고 있는 실정.
말하자면 수요와 공급의 손발이 척척 맞아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비디오시장을 노린 에로영화는 극장흥행은 지방등지에서 어느 정도의 투자를 회수하고, 흥행승부는 비디오 판권에서 찾고 있다.
이러한 경우 극장상영은 스크린 쿼타나 의무제작을 위한 장식용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비디오 출시에서의 사전광고의 성격에 지나지 않는다.
비디오에서 에로물이 성행하는 이유는 여러 사람이 모이는 극장에서 낮 뜨거운 에로물을 보기보다는 안방에서의 은밀한 「감상」을 「즐기려는」성향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 다.
특히 익명의 은밀성을 악용해 영화내용이 더욱 저질화해가는 실정이다.
얼마전 서울YMCA 「건전비디오문학를 연구하는 모임」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사장면이 평균 방영시간 95분 중 평균 9회 약15분으로 전체의 18%나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10.5%에 불과하고 거의 혼전성관계, 매춘·간통·강간·윤간 등 극악한 비정상관계를 그려 사회분위기를 퇴폐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성인영화의 내용이 포르노산 성격을 지니게 되는 것은 영화제작이 극장상영, 즉 영화적 속성을 따르기보다는 비디오특성에 맞추다보니 그렇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안방의 퇴폐화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산업으로만 봐도 저질영화→비디오시장→영화산업의 저질 구속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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