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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저쪽이 바꿔야"···40년 동지 송영길·우상호 결단의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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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쏠린 더불어민주당의 시선은 안으론 우상호 의원에게 모이고 있다. 우 의원은 지난 8일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를 토대로 민주당이 탈당을 권유한 의원들 중 최다선(4선)이자 송영길 대표의 운동권·정치권 40년 동지다.

우 의원은 탈당 권유 직후 기자회견에서 “당사자 소명조차 듣지 않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온당한 접근법이었는가에 대해 저는 상당히 무리하지 않았느냐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반발한 이후 5일째 공식적으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13일까지 당에서 탈당 권유를 받고 출당 대상으로 지목된 12명 중 우 의원을 포함해 7명(우상호ㆍ김한정ㆍ오영훈ㆍ김수흥ㆍ김회재ㆍ양이원영ㆍ윤미향 의원)이 아직 반발하고 있다. 초선 김수흥 의원(전북 익산갑)은 당초 “탈당해 소명한 뒤 복당하겠다”(8일 입장문)고 했다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10일 기자회견)며 반발 대열에 합류한 케이스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중앙포토

12명 중 7명 반발…宋ㆍ禹에게 찾아온 ‘결단의 시간’

지도부의 탈당 권유 이후 당은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엔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당 안 하면)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제명 쪽으로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까지 말하자 김한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에서 협박하는 건가”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후 송 대표와 우 의원은 외나무 다리에서 말없이 마주보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비위 연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부동산 비위 연루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3일 송 대표 측 관계자는 “당 대표가 결정을 번복하기란 쉽지 않다.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탈당을 수용하기를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 의원과 가까운 한 인사도 “정치인에게 탈당 권유는 중징계인데, 의혹 소지만 가지고 탈당을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도부가 판단을 잘못 내렸으면 얼른 깨닫고 고쳐야 한다. 당의 입장 변화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86 운동권 동지들 고심…“탈당해야” “버텨야” 혼란

살얼음판을 건너는 방법에 대한 의견도 제각각이다. 송 대표, 우 의원과 학생운동시절부터 가까운 86그룹 의원들도 입장이 갈렸다. 한 수도권 지역구 의원은 “송 대표가 너무한 것 아니냐”며 “의혹 같지도 않은 의혹으로 탈당을 권유하는 건 처음 보는 일이다. 우 의원이 이대로 나가면 너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시절의 송영길 대표(왼쪽)과 우상호 의원. 둘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학생 운동을 같이 한 40년 지기다.

연세대 재학시절의 송영길 대표(왼쪽)과 우상호 의원. 둘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학생 운동을 같이 한 40년 지기다.

호남 지역구의 한 의원은 “송 대표와 우 의원 모두 괴롭겠지만, 이미 지도부의 결정이 난 이상, 우 의원이 당의 권유를 따랐다가 의혹 해소 후 재입당 하는 것 말고는 달리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며 “우 의원이 버티고, 종국적으로 송 대표가 제명 처분을 하는 건 최악의 그림”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송 대표도 괴롭겠지만, 그와 마주 선 우 의원도 괴로울 것이다. 둘 중의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지금의 국면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宋 측 “징계위 없을 듯” 禹 측 “탈당할 수도”

송 대표 측도 징계위 등 강수를 이어가는 것엔 주저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송 대표 측근은 “부동산 정책 발표와 대선 기획단 출범 등 현안이 산적해, 탈당 문제를 빨리 매듭 지어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징계위를 여는 건 안 된다는 게 대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징계위를 섣불리 열어선 안 된다는 건 당 지도부 사이에도 공감대가 있다. 계속 개별 의원들 설득해 상황을 원만히 풀어가겠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이 곧 출구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 의원과 친한 한 86 운동권 초선 의원은 “중진인 우 의원이 출구를 열어주면, 다른 탈당 거부 의원들도 따를 것”이라며 “우 의원도 상황을 잘 아는만큼 당을 위해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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