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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 드림도 화보 찍었다...미군 떠난 뒤 촬영 메카된 곳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 전경. 경기관광공사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 전경. 경기관광공사

출시 일주일 만에 200만장 이상의 앨범을 판매한 인기 아이돌 그룹 '엔시티 드림(NCT DREAM)'의 첫 정규 앨범 '맛(Hot Sauce)'에 들어 있는 사진집엔 황갈색 건물이 있다. 7명의 멤버들은 이곳을 배경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언뜻 해외 관광지처럼 이국적으로 느껴지는 이곳은 경기도 파주시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다. 앨범 사진은 지난 4월에 촬영했다고 한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캠프 그리브스의 볼링장과 대대장 관사, 정비고, 부사관 숙소 등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인기 아이돌 그룹 NCT DREAM의 정규 1집 앨범 속 사진. 이 사진의 배경이 된 곳이 캠프 그리브스다. 엔시티 드림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인기 아이돌 그룹 NCT DREAM의 정규 1집 앨범 속 사진. 이 사진의 배경이 된 곳이 캠프 그리브스다. 엔시티 드림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지금까지 62편…촬영 메카 된 캠프 그리브스

캠프 그리브스가 촬영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교양·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뮤직비디오나 광고 업계에서도 촬영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는 남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1953년) 이후 50여년을 미군 2사단 506보병대대가 주둔해 왔다. 1997년 주둔 부대가 철수하면서 2007년 8월 우리 정부에 반환됐다. 철거될 예정이던 시설을 경기도와 파주시, 경기관광공사가 맡아 현재 민간인을 위한 평화·안보 체험 시설로 운영하고 있다.

캠프 그리브스 전경. 경기관광공사

캠프 그리브스 전경. 경기관광공사

이런 캠프 그리브스가 촬영지로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016년 2~4월 방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때문이다. 드라마 속 배경이었던 가상공간 우르크 기지가 바로 캠프 그리브스였다.
미군이 사용하던 장교 숙소와 생활관, 체육관, 정비소 등 다양한 군 시설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서 가능했다.
이후 2015년부터 현재까지 영화 '남산의 부장들'(2019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 JTBC ‘비긴어게인’(2020) 등 62편의 작품에 등장했다.

유명 가수들도 뮤직비디오 등을 촬영하기 위해 찾고 있다. 유명 래퍼 사이먼 도미닉과 로꼬가 지난 4월 발표한 '밤이 오면' 뮤직비디오는 캠프 그리브스에서 모두 촬영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MBC 드라마 ‘검은 태양’과 호국보훈의 달 특집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소녀’ 등 12개 작품 촬영이 예정돼 있다.

유명 랩퍼 사이먼 도미닉과 로꼬가 지난 4월 발표한 ‘밤이 되면’ 뮤직비디오 속 캠프 그리브스. AOMG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유명 랩퍼 사이먼 도미닉과 로꼬가 지난 4월 발표한 ‘밤이 되면’ 뮤직비디오 속 캠프 그리브스. AOMG공식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이국적 분위기에 외부인 통제도 용이 

캠프 그리브스가 촬영지로 인기를 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국적인 분위기에 있다. 국방색으로 통일된 국내 군부대와 달리 캠프 그리브스엔 옅은 황갈색과 주황색 등의 지붕을 가진 건물들이 모여있다. 미군들이 초기에 사용하던 막사 등도 그대로 있어 시대물 촬영지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대안으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캠프 그리브스 정비고 전경. 경기관광공사

캠프 그리브스 정비고 전경. 경기관광공사

외부 인원 통제 등 보안도 강점이다. 캠프 그리브스는 민통선(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있다. 들어가려면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몰려드는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조용히 시키느라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캠프 그리브스에서 촬영을 진행했던 한 관계자는 “미군 부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세트장에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을 생동감 있게 담아낼 수 있다"며 “민통선 안에 있어 외부 인원 통제가 수월하다는 점도 사전 제작이 많은 요즘 촬영 트렌드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촬영을 원한다고 모두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경기관광공사는 의뢰가 들어온 작품을 분석해 촬영 승인 여부를 정한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강력 범죄 장소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는 것은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할 때는 소정의 대관 비용을 내야 한다. 일반 관광객도 프로그램에 따라 9000원~1만7500원의 이용요금을 낸다.

촬영지로 이름을 떨치면서 관광객도 늘고 있다. 초창기 1만명이던 관광객 수가 3만~4만명으로 증가했다. 경기관광공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촬영 유치 등을 통해 홍보 및 마케팅 활동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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