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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살핀 노년 여성의 삶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40호 20면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흰머리 휘날리며,
예순 이후 페미니즘
김영옥 지음
교양인

90대 중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신다. 초고령화 사회를 체감하고 있다. 깊게 팬 주름에 백발이 성성한 두 분은 하루 종일 누워서 생활하신다. 왜소해진 체격으로 성별 구분이 모호해 때로는 할머니를 할아버지라고, 할아버지를 할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는 것이 서글프다. 두 분을 보면서 어떻게 늙을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스스로 나이든 모습을 수시로 그려보고 있다.

이 책은 노년의 삶을 성찰하는데 도움이 된다. 갱년기, 요양시설, 치매, 웰 에이징, 100세 시대, 자유죽음 등 ‘노년’이란 단어에 따라오는 키워드를 가지고 흥미로운 사회문화 비평 글을 완성했다. 60대 중반에 들어선 저자가 직접 체험한 일상을 소재로 삼아 노년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병원에 입원해 70대 후반 이상 고령자들을 만난 이야기, 중증 치매를 앓았던 엄마와의 일화 등이 책 곳곳에 녹아있다.

철학과 미학을 공부한 저자의 인문학적 내공이 상당하다. 해당 소재와 어울리는 시, 소설, 영화, 사진, 신문 기사, 무용 공연 등을 적절하게 버무려 한층 글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이를테면 치매에 대한 사유를 할 때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인물이 나오는 영화 ‘어웨이 프롬 허’ ‘아이리스’ ‘소중한 사람’ 등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선보인다. 중앙일보에 소개된 101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 기사를 통해 100세 시대에 대해 쓴 글도 있다.

페미니스트 연구·활동가인 저자는 노년 여성의 삶에도 주목했다. 노년에도 여성에게 젊게 보이는 것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젠더 관습을 언급하고, 노년의 성(性)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서술했다.

또 성주 사드 배치 반대 투쟁 등 사회 이슈 현장에 나선 정치하는 할매들도 보여준다.

책에서 소개한 수십 권 도서 리스트를 붙였다.  책이 안내되어 있다. 이 책들까지 읽는다면 노년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달라질 것 같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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