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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삼성이 버린 오리새끼, 백조 됐다…분사 뒤 날아오른 이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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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동안 광풍이었죠. 공모주 시장. 하지만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 기대주라도 정작 상장 뒤엔 주가가 확 치고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2월 코스피에 상장한 솔루엠도 마찬가지인데요(공모가 1만7000원, 10일 종가 2만7400원). 최근에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며 다시 주목 받는 분위기! 어떤 기업이길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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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분사 뒤 TV용 ‘3in1 보드’ 신시장 개척
·전자가격표시기, 가파른 성장으로 글로벌 톱2 눈앞
·실적·성장성 O.K…기관 매물이 단기 주가의 관건  

돈 안 된다고 버렸는데, 알고 보니 보물! 이런 ‘미운오리 새끼’ 스토리는 흥미롭죠. 전자부품·ICT업체, 솔루엠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솔루엠

솔루엠은 2015년 삼성전기의 파워모듈·튜너·ESL(전자가격표시기) 사업부가 분사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분사 이유는 ‘저수익 저성장’ 사업이라서. 당시 실적부진에 시달렸던 삼성전기는  비주력 사업부를 떼어냈고, 임직원들이 퇴직금을 투자해 솔루엠 주주가 됐습니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죠. 탄탄한 기술력과 노하우에 안정적인 거래처(삼성전자)까지 있으니까요. 분사 당시 매출이 6000억원 규모였는데,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TV용 파워모듈. 솔루엠 홈페이지

TV용 파워모듈. 솔루엠 홈페이지

솔루엠의 탄탄한 실적을 뒷받침 해주는 대표제품은 ‘3in1 보드’입니다(2020년 매출의 49%). 원래 솔루엠은 TV용 전원공급장치를 삼성전자에 공급했는데요. 수익성도 낮고 경쟁도 너무 치열했죠(그래서 분사 당함..). 분사 뒤 연구개발 끝에 2016년 TV용 핵심부품 세 개(전원공급장치+튜너+영상보드)를 하나로 합친 ‘3in1 보드’를 자체개발했는데, 이게 신의 한 수! 일체형이라 조립공정이 단순해지고,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2017년 삼성전자가 저가형TV에 솔루엠 ‘3in1 보드’를 쓰기 시작했고요. 지금은 중고가 라인 TV(UHD급)에도 들어갑니다. ‘3in1 보드’가 들어가는 삼성전자 TV는 2017년 76만대(2%)에서 2020년 1200만대(25%)로 급증. 채택률이 올해는 40%, 2023년엔 70% 이상 될 전망입니다(하나금융투자). 솔루엠 실적이 쑥쑥 늘어난다는 뜻.

삼성전자 말고 다른 TV제조사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는 건 안 비밀. 올해 중국 TV브랜드 스카이워스에 공급을 시작하고요. 다른 중국 TV업체도 신규 수주 가능성이 있다는 군요. 일단 기술력에서 앞서 있기 때문에 고객사가 더 늘어날 듯.

전자가격표시기. 셔터스톡

전자가격표시기. 셔터스톡

3in1 보드가 솔루엠의 안정성을 책임진다면, 성장성은 ESL이 맡습니다. ESL이라고 하면 자칫 금융상품(주가연계증권 ELS)과 헷갈리실 수 있는데요. 한국어로는 ‘전자가격표시기(Electronic Shelf Label)’라고 부릅니다. 네모난 소형디스플레이에 상품명, 가격, 바코드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기기이죠. 대형마트 진열대에서 보셨을 겁니다.

가격 표시해주는 기기가 돈이 되냐고요? 네,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 가면 종이에 가격을 써서 끼워놓은 곳이 아직 훨씬 더 많은데요. 그게 죄다 ESL로 바뀐다고 상상해보세요.

‘돈 들게 그걸 뭐하러 바꿔. 그냥 종이에 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5000종 품목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종이가격표를 일일이 바꿔끼우려면 직원 3명이 3시간을 매달려야 합니다. ESL를 도입하면 컴퓨터 1대로 가격을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으니, 인건비를 줄일 수 있죠. 가격을 잘못 표시하는 실수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솔루엠의 ESL 제품. 솔루엠 홈페이지

솔루엠의 ESL 제품. 솔루엠 홈페이지

삼성전기는 이 시장에 꽤 일찍(2007년) 뛰어들었는데요. 정작 ESL 사업이 빛을 보기 시작한 건 솔루엠으로 분사한 뒤입니다. 유럽 대형마트(레베, 메트로), 미국 백화점(메이시스)과 가전판매업체(로우즈), 캐나다 마트(로블로)에 제품을 공급하며 글로벌 ESL업계 ‘톱3’에 올랐습니다(롯데마트, 하나로마트도 고객).

1990년대 설립된 경쟁업체(스웨덴 프라이서, 프랑스 SES이마고태그)보다 후발주자이지만 솔루엠의 강점이 있죠. 바로 자체생산 능력. 제품 생산을 외주 주는 경쟁사와 달리 설계부터 제조·유통·유지보수까지 다 합니다. 자연히 원가 경쟁력 높고 고객AS도 뛰어남. 게다가 ESL의 핵심인 배터리 수명도 1위 업체(SES이마고태그) 제품의 2배인 10년이고요. 대규모 수주가 밀려들고 있어서 올해 안에 프라이서를 제치고 2위로 도약할 겁니다. 물론 솔루엠의 목표는 ‘3년 내 ESL시장 1위’.

코로나 이전에도 글로벌 ESL시장은 연 25%씩 성장했는데요. 코로나로 ‘언택트’ 바람이 불면서 성장세가 더 가팔라졌습니다. 유통업체의 매장 디지털화 속도가 빨라진 거죠. ESL은 단순한 가격표시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라벨’로도 쓰입니다. 확장성 무궁무진.

실적 좋아, 전망 좋아. 그런데도 주가 흐름이 썩 좋지 않은 건 기존 주주(전환사채 등)와 기관투자자 보유 물량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상장 이후 기관은 줄창 팔았죠. 그걸 개인은 줄곧 사왔고요. (외국인은 5월 말 순매수)

상장 뒤 6개월이 지나면(오는 8월 2일) 보호예수가 풀리는 물량도 아직 남아있습니다. 수급 우려가 잦아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순 없는 셈.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진짜 실적주. 길게 보면 더 좋다

이 기사는 6월 7일 발행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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