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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떠났다"...유상철 감독 애도 물결 이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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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한 그날의 함성과 영광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손흥민)

췌장암 투병 중 별세 '축구 영웅' #온종일 축구계 조문 이어져 #FIFA 등 해외서도 추모 메시지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 (이강인)

'유비(유상철 별명)'는 너무 일찍 우리 곁은 떠났다. 췌장암 투병 중이던 유상철(50) 전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세상을 떠난 다음 날인 8일 축구계는 애도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과 올림픽 팀 이강인은 물론, 여러 선후배 축구인들이 소셜미디어에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전 대표팀 주장 기성용은 인스타그램에 "한국 축구를 위해서 많은 수고와 헌신을 해주신 유상철 감독님, 뵐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과 걱정을 해주셨던 그 모습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8일 국내외 축구계엔 췌장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뉴스1]

8일 국내외 축구계엔 췌장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유상철 감독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뉴스1]

7세 때인 2007년 축구 예능 프로 '날아라 슛돌이'에서 유 감독과 사제지간으로 만난 이강인은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빈소에도 온종일 선후배 축구인과 팬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쓴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황선홍 전 대전시티즌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김남일 성남FC 감독, 이천수 대한축구협회 사회공헌위원장, 안정환, 이민성 대전시티즌 감독, 현영민 JTBC 해설위원 등이 빈소를 찾았다.

아산병원 빈소를 찾은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연합뉴스]

아산병원 빈소를 찾은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한국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일본에서도 (추억이) 너무 많다"며 "그런데 앞으로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우리의 추억 거리를 가슴 속에만 묻어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고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이천수 위원장은 유 감독과 인천 구단 함께 해 더욱 각별했다. 유 전 감독은 2019년 5월 인천의 사령탑에 올랐다가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1월 사임했다. 이 위원장은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인천의 전략강화실장을 지냈다. 이 위원장은 "젊었을 때는 정말 멋있는 선배님이었고, 최근에 같이 일하면서 감독으로서도 참 멋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마음이 착잡하다. 정말 보내드리기 싫지만, 보내드려야 한다면 좋은 곳으로 잘 보내드려야 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오께 조문 온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영웅이었던 유 감독의 일로 전 축구계가 슬퍼하고 있다. 멀티 플레이어로서 늘 필요한 곳에서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준 데 대해 감사를 전한다. 금방 축구계로 돌아올 듯했는데,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잘 지내시기를 빈다"고 애도했다. 이어 "축구협회 차원에서 고인을 예우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장례 방법 등도 유가족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축구협회는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스리랑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경기에서 전광판에 유 감독 헌정 영상을 틀고 묵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검정 암밴드를 차고 뛴다. 또 응원단 '붉은악마'와 협의해 국화 66송이(유 감독 대표팀 시절 등번호 6번)를 부착한 현수막을 게시할 예정이다. 킥오프부터 전반 6분까지 응원을 하지 않는기로 했다. 이날 오후 늦게 전 대한축구협회장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도 빈소를 찾았다.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총재, 이동국, 박주영(FC서울) 등 K리그 관계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이동국은 " 좋은 곳으로 가시도록 인사를 드리러 왔다. 그곳에서는 좀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잘 계셨으면 좋겠다. 항상 밝은 선배였다. 장난도 많이 치고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 많이 줬던 분으로 기억한다. 후배로서 상철이 형 같은 인성을 가진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유 감독이 마짐가으로 지휘봉을 잡은 인천 구단주 박남춘 인천시장도 찾아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인천 구단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 임시분향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 전 감독의 빈소에는 수십 개의 근조 화환이 늘어서 빈소 앞 복도를 가득 메웠다. 조문 행렬은 저녁까지도 이어졌다.

FIFA가 월드컵 트위터 계정에 유상철 전 감독의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 FIFA 월드컵 트위터]

FIFA가 월드컵 트위터 계정에 유상철 전 감독의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사진 FIFA 월드컵 트위터]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8일 대한축구협회가 화상으로 진행한 기자회견에 앞서 "유상철 감독님이 돌아가신 것을 깊이 애도하고 명복을 빈다. 유 감독은 한국 축구가 가장 좋았던 시기에 국민에게 기쁨을 줬던 분이다. 영광스러운 순간을 함께 했다. 축구 동료로서 앞으로 같은 시대를 더는 살아가지 못하게 된 게 안타깝다. 한국 축구계와 유족에게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해외 축구계도 유 감독을 애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7일 오후 월드컵 공식 계정에 유 전 감독의 선수 시절 국가대표 경기 출전 사진과 함께 "한 번 월드컵 영웅은 언제나 월드컵 영웅"이라며 추모 메시지를 올렸다. 유 전 감독이 현역 시절 활약했던 일본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도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홈 개막전에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안타깝다"며 슬픔을 함께했다. 손흥민의 소속팀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은 페이스북에서 "우리들의 2002 월드컵 영웅이었던 유상철 감독이 췌장암 투병 끝에 향년 50세의 나이로 별이 됐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조의를 표했다. 과거 박지성이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인스타그램에 "대한민국의 위대한 축구 영웅, 유상철 가목의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며 추모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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