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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돈 벌고, 자녀와 따로 산다…'경제 독립' 노인층 등장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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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동을 하며 과거보다 소득이 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새로운 노인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독립’ 생활을 하길 원하는 비중이 컸다. 사진은 노인들이 지난 2019년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지원서를 쓰는 모습. 중앙포토

경제 활동을 하며 과거보다 소득이 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새로운 노인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독립’ 생활을 하길 원하는 비중이 컸다. 사진은 노인들이 지난 2019년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지원서를 쓰는 모습. 중앙포토

택시기사 장모(65·경기도 고양시)씨는 두 딸을 독립시키고 부인과 둘이 살고 있다. 살고 있는 아파트와 약간의 예금이 자산의 전부이지만 계속 일을 하고 있어 사는데 지장이 없다. 장씨 부부가 자녀들에게 용돈을 받는 때보다, 외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때가 더 많다고 한다. 장씨는 건강에도 자신이 있다. 40대부터 등산과 달리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해온 덕분이다. 장씨는 "나는 아직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이렇게 젊고 건강한 노인이 어디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75세는 넘어야 노인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주모(66)씨도 남편과 사별한 후 혼자 생활하고 있다. 주로 연금으로 생활하며 따로 경제활동을 하는 대신 주 1회 정도 경기도에 사는 손녀를 돌봐주고 딸에게 약간의 생활비를 받는다. 장씨나 주씨처럼 이처럼 경제활동을 하며 자녀와 떨어져 독립된 생활을 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7일 노인의 가족 및 사회적 관계, 건강 및 기능상태, 경제상태 및 활동, 여가 및 사회활동, 생활환경 및 가치관 등을 조사한 ‘2020 노인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3년마다 실시하는데 이번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 전국 969개 조사구(조사단위)의 만 65세 이상 거주 노인 1만97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에는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 출생) 세대인 55년생이 처음으로 반영됐다.

조사 결과 노인의 개인 소득은 꾸준히 늘어 12년 만에 2배가 됐다. 지난 2008년 700만원이던 노인 개인 소득은 2017년 1176만원, 지난해 1558만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근로·사업 소득과 사적연금소득이 크게 늘었다. 노인 소득이 늘어난 이유는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진 영향이다. 2008년 30%였던 65세 이상의 경제 참여율은 2017년 30.9%, 지난해 36.9%로 증가했다.

경제 활동을 하며 과거보다 소득이 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새로운 노인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독립’ 생활을 하길 원하는 비중이 컸다. 사진은 2020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설명을 듣는 노인의 모습. 중앙포토

경제 활동을 하며 과거보다 소득이 늘고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하는 새로운 노인층이 등장했다. 이들은 자녀와 함께 살기보다 ‘독립’ 생활을 하길 원하는 비중이 컸다. 사진은 2020 노인일자리 박람회에서 설명을 듣는 노인의 모습. 중앙포토

노인 대열에 막 합류한 65~69세의 경우 2008년에는 39.9%만 경제활동을 했으나 2017년 42.2%, 지난해 55.1%로 경제활동 참여율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65~69세는 스스로 노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설문 결과 74.1%는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 이상”이라고 답했다.

학력 수준 향상도 뚜렷했다. 2008년 33%였던 무학 노인 비율은 2017년 24.3%, 지난해 10.6%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고졸 이상 비율은 08년 17.2%에서 2017년 24.8%, 지난해 34.3%로 두 배 정도 증가했다.

자녀와 함께 살지 않고 혼자 살거나 부부끼리만 생활하는 노인 단독 가구 비율도 늘었다. 2008년 66.8%였던 노인 단독 가구(독거+부부 가구)는 지난해 78.2%가 됐으나 자녀와 함께 사는 사구는 2008년 27.6%에서 지난해 20.1%로 감소했다.

설문 결과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은 2008년에는 24.4%이었으나 2017년 37%, 지난해는 49.3%가 됐다. 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휴대전화를 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설문 결과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은 2008년에는 24.4%이었으나 2017년 37%, 지난해는 49.3%가 됐다. 사진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경로당 운영이 재개된 가운데 2일 서울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휴대전화를 보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노인 2명 가운데 1명은 스스로 ‘건강하다’고 인식했다. 설문 결과 자신의 건강상태가 좋다는 응답은 2008년에는 24.4%이었으나 2017년 37%, 지난해는 49.3%가 됐다. 우울 증상을 보이는 비율은 2008년 30.8%에서 2017년 21.1%, 지난해 13.5%로 꾸준히 줄었다.

건강 상태 관련 인식이 좋아지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자 노인 2명 가운데 1명은 본인 삶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삶의 만족도를 묻는 말에 ‘매우 만족 또는 만족’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49.6%였고 이어 ‘보통’이 42.6%, 만족하지 않음은 7.4%, 전혀 만족 안 함은 0.5% 순이었다.

한편 생애 말기 좋은 죽음(웰다잉)은 가족이나 지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이라는 생각(90.6%)이 가장 많았다. 이어 신체적, 정신적 고통 없는 죽음 90.5%, 스스로 정리하는 임종 89%,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이하는 것 86.9% 순이었다. 노인의 85.6%는 무의미한 연명 의료를 반대했으나 스스로 연명 의료 중단 결정 의사를 미리 직접 작성하는 ‘사전연명 의료의향서 작성’ 등의 실천율은 4.7%에 불과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그동안 사회는  노인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대상으로 인식했으나 향후 노인 정책은 노인을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노인이 스스로 희망하는 노년의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어르신의 더 나은 노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노인 단독가구 돌봄 강화, 지역사회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위한 고령 친화 주거환경·웰다잉 실천지원 등 새롭게 등장하는 노인세대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노인 일자리, 사회참여, 정보화 역량 등을 위해 관계부처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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