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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철 주도한 이광철 방탄인사" 檢인사 본 고위검사 분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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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연합뉴스

"핵심 피의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51·사법연수원 36기)이 주도한 '이광철 기소 무마' 방탄 인사다."

지난 4일 공개된 검찰 고위직(고검장·검사장) 인사 명단을 본 현직 고위 검사의 촌평은 이랬다. 청와대의 '원년 멤버'로 조국 전 민정수석 이후부터 수석보다 센 '왕비서관'으로 평가받는 이광철 비서관이 자신을 위한 '방탄 인사'를 했다는 비판인 셈이다.

김학의 출금 핵심, 기소 물건너가 #수원지검 수사팀 공중분해 수순 #지휘라인에 친정부 검사들 심어 #청와대 등 윗선 수사 막기 관측

이 비서관(당시 선임행정관)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출금) 과정 전반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후속 인사까지 마무리되면 이 비서관에 대한 기소는 '무기한 연기'될 것이란 게 법조계 중론이다.

조남관 이어 김오수도…기소 보고에 3주째 '침묵'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찰청 수뇌부는 지난달 12일 이 비서관에 대한 수원지검 수사팀의 기소 방침을 보고받고도 3주 넘게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수사팀이 이 비서관을 서울중앙지법에 기소하려면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는 것과 동시에 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로도 발령을 받아야 한다. 앞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파견 검사 그리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이 사건 범죄지의 관할 법원인 중앙지법에 기소됐다. 하지만 검찰총장 직무대행이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에 이어 김오수 신임 검찰총장도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수사팀은 "이제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팀이 총장 승인 없이 수원지법이나 안양지원 등 관내 기소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오히려 징계의 빌미만 제공하고 공소유지도 어렵게 된다"며 "대검이 직무대리 발령을 내주지 않고 버티면 수사팀은 기소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인사 관련 논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3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인사 관련 논의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검찰 안팎에서는 이 비서관 주도의 이번 인사는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윗선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고 분석한다. 그 근거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① 文 대통령의 '원년 멤버' 이광철 유임 결정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6일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이 비서관을 유임했다. 이 비서관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뿐 아니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도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피했다. 민정비서관의 주요 업무의 하나는 검찰 인사 조율이다. 민정수석이 총괄해야 하지만 지난 2월 신현수 전 수석의 검찰 인사 패싱 이후 사퇴로 이광철 비서관의 힘이 충분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인사의 총평을 놓고도 "수사를 받는 인사가 검찰 인사의 판을 흔들고 있는 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 부장검사는 "권력의 핵심 인사에 대해 수사는 하지 말라는 게 이번 인사의 메시지 아니냐"고 했다.

② 3重 방탄인사, 이성윤의 승진 그리고 소년 검찰국장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는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 지휘라인에 친(親)정부 검사들이 대거 등용됐다는 점이다. 청와대 등 추가 '윗선 수사'를 막기 위한 '3중 잠금장치'를 했다는 게 검사들의 시각이다.

먼저 오인서 고검장이 검찰을 떠나면서 공석이 된 수원고검장에는 김관정(26기) 서울동부지검장이 승진 임명됐다. 그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 군 휴가 미복귀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수원지검장에는 역시 친정부 성향으로 꼽히는 신성식(27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전보됐다. 신 검사장이 있던 자리는 문홍성 수원지검장(26기)이 보임됐다. 문 지검장은 2019년 안양지청의 김학의 불법 출금에 대한 1차 수사를 무마한 사건에 연루된 의혹으로 수사지휘를 회피한 상태다.

더욱이 안양지청 1차 수사를 무마한 의혹으로 기소가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23기)은 피고인 신분임에도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4일 중앙지검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고등검찰청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이 4일 중앙지검에서 퇴근하고 있다. 뉴시스

여기에 더해 추 전 장관 법무부의 대변인 출신이자 이 지검장을 보좌했던 구자현(48·29기) 중앙지검 3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검찰 '빅4' 중 하나인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됐다. 검찰의 한 간부는 "초임 검사장에게 검찰 인사 실무를 맡긴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청와대와 법무부 마음대로 인사하기 위해 허수아비를 세운 것 같다"고 말했다.

③ 檢 조직 개편 속내는…수사팀 공중분해 수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일선 검찰청 형사부의 6대 범죄 직접수사를 제한하는 내용의 검찰 조직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수사권을 축소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주요 청와대 사건 수사팀 검사들을 좌천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 인사 규정에 따르면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 보직 기간이 보장되지만 직제개편 등이 이뤄질 경우 예외가 인정된다. 검찰 안팎에선 후속 중간간부 인사에서 김학의 출금 사건을 이끌어온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의 교체가 유력하다고 본다. 이 부장은 지난해 9월 보임돼 필수 보직 기간이 충족되지 않았지만 직제개편이 이뤄지면 교체가 가능해진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 인사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 인사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원지검 수사팀은 이미 기소한 재판의 공소유지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후속 인사에서 수사팀 검사들을 일선 지청으로 분산시켜 원거리 발령을 내는 등 공중분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조국 전 장관을 수사한 강백신 중앙지검 부부장검사를 통영지청으로 발령냈다. 강 검사는 통영에서 서울중앙지법까지 왕복 10시간을 오가며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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