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린온' 처벌 0…유족에겐 현충일 직전 '불기소' 통보

중앙일보

입력 2021.06.06 18:23

업데이트 2021.06.06 18:50

해병대 ‘마린온’ 상륙기동헬기가 기체 결함으로 이륙 직후 13초 만에 추락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사고와 관련해 단 한 명도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은 것으로 6일 드러났다. 이 사고로 해병대 장병 5명이 순직하고 1명이 크게 다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누구 하나 책임진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기체결함, 이륙직후 13초만에 추락
해병대원 5명 순직, 1명 중상 피해
"현충일 앞두고 유가족 우롱하나"
"죽음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 물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은 현충일 직전인 지난 4일 유가족들에게 추락 사고 관련 피의자들을 ‘불기소 처분’한다고 통보했다. 추락 사고 이틀 뒤인 지난 2018년 7월 19일 유가족이 고소한지 3년여 만이다. 그사이 유가족들은 "수사에 진전이 없다"며 진정서(2019년 1월)까지 냈었다.

피의자는 마린온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당시 대표이사였던 김조원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유가족이 특정할 수 없었던 사고기 업무 관련자들이다. 이들은 살인 또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해병대가 지난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시험 비행 중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의 사고 현장을 공개한 모습. [연합뉴스]

해병대가 지난 2018년 7월 17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 비행장 활주로에서 시험 비행 중 추락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2호기의 사고 현장을 공개한 모습. [연합뉴스]

이런 결과를 받아든 유가족들은 정부와 수사 당국에 분노를 나타냈다. 당시 고소장을 썼던 고(故) 박재우 병장의 숙부 박영진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현충일 직전에 유족들에게 이런 통지서를 보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고소한지 3년여 만에 '불기소 처분' 통보를 받았다.   
"3년 전에도 숨진 장병들의 사십구재(四十九齋)가 안 끝났는데 청와대가 주관하는 국군의날 축하 행사에 참석하라고 했다. 이번에는 3년 만에 ‘아무도 죄가 없다’는 통보를 하필 현충일을 앞두고 했다. 유가족을 우롱하는 것인가."
사고 이후 정부의 대처는 어땠나.  
"최근 성추행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중사 사건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그런데 우리 유가족 입장에선 이번 일로 공군참모총장이 옷을 벗고 대통령이 엄벌을 지시하는 걸 보면서 한편으론 억장이 무너지더라. 엘리트 해병대원 5명이 한꺼번에 실수도 아닌 명백한 기체 결함으로 숨졌는데, 청와대ㆍ국방부ㆍ해병대ㆍKAI를 통틀어 단 한 명도 처벌은커녕 징계조차 받지 않은 것과 너무 비교돼서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당일 공군 여중사의 추모소(국군수도병원)를 방문한 것과 관련해서도 당시와 너무 다른 행보라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추락 사고 당시 청와대는 조화만 보냈다가 3일 뒤에나 SNS로 추모글을 올리고 비서관 2명을 분향소에 보냈다”며 “나라를 지키다가 숨진 군인의 죽음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7월 23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군 관계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23일 경북 포항 해병대1사단 도솔관에서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해병대 장병 5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해병대장으로 열렸다. 군 관계자가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그는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가 유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조원 KAI 사장을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상기시켰다. 박 변호사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피의자인 김 전 사장을 검찰을 통제하는 직책에 임명하겠다니 당연히 반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번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끝까지 사고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박 변호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너무도 억울한 죽음이지만 국가와 국민, 해병대 장병들을 위해 뜻깊은 죽음이 돼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책임자를 처벌해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 장병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된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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