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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물량 폭탄으로 벤츠 E클래스 '수입차 왕관' 빼앗았다

중앙일보

입력

올 초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테슬라 '모델Y'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올 초 서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에 테슬라 '모델Y'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수입차 시장을 5년째 주름잡던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세가 테슬라의 '물량 폭탄'에 한풀 꺾였다. 테슬라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사진)가 수입차 시장에서 벤츠의 'E클래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다. 테슬라는 분기마다 한 번씩 선박을 통해 전기차 물량을 대거 한국에 들여온다.

분기 마지막달엔 테슬라가 월간 1위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Y는 지난달 국내에서 3328대가 등록돼 벤츠 E클래스(2387대)를 1000대 가까이 앞서며 5월 수입차 최다판매 차종(베스트 셀링 카)을 차지했다. E클래스는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연간 기준) 1위 자리를 유지해왔다. 모델Y는 E클래스를 꺾으면서 전기차로는 처음으로 수입차 베스트 셀링 카 자리에 올랐다.

5월 수입차 신차 등록대수 순위 ‘톱 5’.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수입차 신차 등록대수 순위 ‘톱 5’.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모델Y가 수입차 월간 판매 1위를 차지한 이유는 테슬라의 독특한 선적 방식 덕분이다. 테슬라는 BMW·벤츠 등 독일 메이커처럼 매달 한국에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전기차를 미국 공장에서 수출한다. 올 2분기(4~6월)의 경우, 4월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선적한 테슬라 전기차(약 1만2000대)가 지난달 중순쯤 한국에 도착했다. 4월만 하더라도 테슬라코리아의 전체 신규 등록 대수가 76대에 그쳤다.

수입차 업계에선 모델Y의 이번 달(6월) 등록 대수 역시 5000대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슬라코리아가 지난달 국내에 들여온 전기차 물량 가운데 최대 7000대가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테슬라는 국내에서 분기 첫 달 판매량은 적지만, 분기 말로 갈수록 판매량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여왔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테슬라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이유는 이제 전기차가 얼리 어답터의 전용품에서 벗어나 생애 첫 차(엔트리카), 패밀리카로 확장됐다는 의미"라며 "전기차의 대중화 추세는 시대적인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델Y와 같은 전기차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은 지난달 1919대 팔렸다.

현대, 기아 이어 3위 굳힌 벤츠 

테슬라의 모델Y가 베스트셀링 카로 올라섰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에 이은 3위 자리는 벤츠가 올 3월부터 석달 연속 차지하고 있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5월 한 달간 7690대를 판매했고, 그 다음은 6257대를 판매한 BMW가 차지했다. 한국GM(4597대), 르노삼성(4635대), 쌍용차(4956대) 등 이른바 '르쌍쉐'(르노삼성과 쌍용차, 한국GM '쉐보레'를 일컫는 합성어)보다 판매량이 더 많다. 외자계 3사는 각각 도산위기(쌍용차), 신차 부족(한국GM), 노사 분쟁(르노삼성)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벤츠와 BMW는 한국인 특유의 '독일 세단 선호 현상'에 따른 이점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벤츠에선 E클래스(2387대), BMW에선 5시리즈(2092대)가 각각 지난달 브랜드 최다판매 차종에 올랐다. E클래스는 유럽식 차급 기준으로 E세그먼트(준대형 세단)를 대표하는 차량이고, BMW의 5시리즈 역시 알파벳의 다섯 번째 글자 'E'를 숫자 5로 치환한 모델이다.

지난해 10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언주로 '하우스 오브 E'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0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서울 강남구 언주로 '하우스 오브 E'에서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E클래스나 BMW 520의 수요층은 예전에는 쏘나타를 주로 샀던 고객층"이라며 "중형 이상 고급세단에선 한국 소비자의 선호도가 국산차에서 수입차로 상당부분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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