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모더나 '싹쓸이' 나선 선진국…"EU, 4회분까지 확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으로 개발된 화이자·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화이자·모더나와 향후 2년 동안 수십억 회분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EU에 2023년까지 최대 18억 회분을, 캐나다에는 최대 1억2500만 회분의 백신을 각각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모더나도 호주, 스위스, 이스라엘과 내년까지 백신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WSJ은 최근 거래를 통해 주요 선진국이 mRNA 방식인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선호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은 모든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 2년 동안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EU는 이번 합의로 4억5000만명에 이르는 역내 인구에 화이자 백신을 4회까지 접종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미국은 화이자·모더나와 새로운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향후 구매를 위한 선택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계약에 따라 이들 업체는 7월 말까지 미국에 3억회 분의 백신을 각각 납품할 예정이다.

WSJ은 일부 개발 도상국도 mRNA 백신 제조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모든 국민에 접종하기에 충분한 물량은 아니라고 밝혔다. 700만명 이상의 인구를 가진 파라과이는 지난달 화이자와 100만 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고 아프리카의 보츠와나도 지난 4월 모더나와 백신 50만 회분을 공급받는 데 합의했다.

미국 듀크대 글로벌보건혁신센터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20여개 선진국이 지금까지 구매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은 약 60억 회분에 달한다. 이에 비해 나머지 국가들이 구매한 백신은 약 30억 회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싱크탱크 글로벌개발센터의 의약품 공급체인 전문가 프라샨트 야다브는 "선진국이 향후 몇 년간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함에 따라 중진국·후진국은 백신을 나누거나 재분배받기 위해 선진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이 차이가 지속한다면 더 많은 국가가 중국·러시아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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