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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전 그는 신발을 벗어줬다...딸 졸업날, 맨발의 아빠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의 한빌 고등학교 졸업식장. 이 학교 보조교사인 존 버틀러(오른쪽)가 아내와 함께 딸의 졸업을 축하하는 모습. [존 버틀러]

지난달 19일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의 한빌 고등학교 졸업식장. 이 학교 보조교사인 존 버틀러(오른쪽)가 아내와 함께 딸의 졸업을 축하하는 모습. [존 버틀러]

미국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이 자신의 딸의 졸업식장에 양말만 신고 입장한 사연이 화제다. 자신의 제자였던 다른 학생에게 구두를 빌려주면서다.

복장 규정 못 지킨 졸업생에 구두 벗어줘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사연은 지난달 19일 루이지애나주 한빌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졸업생 자격으로 식장에 도착한 데브리우스 피터는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저지당했다. 이름이 호명될 때 걸어 들어가 졸업장을 받아야 하는데, 운동화를 신었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왔지만, 피터를 막아선 선배는 단호했다.

피터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서 "너무 수치스러웠다"며 "내 이름이 호명될 때 입장해서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고 상상하니 졸업식에 참석한 부모님이 어떤 기분이 들까 걱정스러웠다"고 떠올렸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식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여겨진다. 졸업생의 이름이 호명되면 당당히 걸어가 졸업장을 받는 순서가 행사의 백미다. 가족들은 이 모습을 보고 축하하기 위해 졸업식장에 앉아서 기다린다.

그런데 이 학교의 졸업식 복장 규정에 따르면 남학생들은 흰색 셔츠와 넥타이, 검은색 바지, 그리고 검은색 정장 구두를 신어야 한다. 피터는 다른 복장 규정은 지켰으나 구두만 신지 못했다. 대신 검은색 가죽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었는데, 피터는 검은색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때 피터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학교 보조교사인 존 버틀러(38)였다. 버틀러는 이날 교사가 아닌 부모로서 졸업식에 참석했다. 자신의 딸도 졸업생이었기 때문이었다.

피터는 버틀러를 붙잡고 상황을 설명했다. 버틀러는 "검은색 신발인데 왜 안 되는가"를 확인하다가 시간이 촉박해지자 자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피터에게 벗어줬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장. 학교 보조교사 존 버틀러(왼쪽)가 식장에서 '입장 금지'를 당한 제자에게 신발을 벗어준 뒤 양말만 신고 있다. 버틀러가 SNS에 올린 이 사진과 졸업식 사연은 2만7000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버틀러 인스타그램]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장. 학교 보조교사 존 버틀러(왼쪽)가 식장에서 '입장 금지'를 당한 제자에게 신발을 벗어준 뒤 양말만 신고 있다. 버틀러가 SNS에 올린 이 사진과 졸업식 사연은 2만7000회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버틀러 인스타그램]

버틀러는 "졸업식은 5분밖에 남지 않았고, 피터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아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피터에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피터는 사이즈가 큰 버틀러의 신발을 신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입장했다고 한다. 버틀러의 구두는 검은색이 아니었지만, 다행히 입장이 허용됐다.

버틀러는 피터의 신발을 신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피터가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동안 양말을 신은 채 졸업식에 참석했다.

버틀러는 WP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데, 이런(운동화 때문에 졸업식 걷기를 못한다) 얘기는 '미친 소리'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피터와 버틀러의 사연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이를 놓고 찬반 공방을 부르자 학교 측은 "규정을 재검토하는 등 후속 조치를 반드시 하겠다"고 밝혔다.

피터의 엄마 지마 스미스는 "만약 구두를 살 돈이 없는 학생이 있다면 복장 규정을 다 지킬 수 있었을까"라며 "누구보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도 졸업장을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버틀러 선생님의 친절하고 사려 깊은 행동이 아니었다면 피터는 식장 밖에 있었을 것이고 우리는 무슨 상황인지 알지 못한 채 졸업식이 끝났을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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