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투기수사끝 20명 구속…국회의원 등 고위급은 0명

중앙일보

입력 2021.06.02 18:33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중 LH 사태 '부동산 투기'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투기 조사 및 수사 중간결과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 중 LH 사태 '부동산 투기'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A씨는 2017년 지인·친인척 2명과 함께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일대 토지 1만7000여㎡를 사들였다. 당시 A씨는 LH에서 광명·시흥 지역 중 어느 곳을 개발할지 선정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들이 산 땅은 지난 2월 3기 신도시로 지정됐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업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혐의로 지난 4월 이들을 구속했다. 그들이 산 103억원 상당의 부동산은 몰수보전(형 확정 전까지 재산 처분을 금지하는 조처)을 했다.

전창범 전 양구군수는 군수로 재직하던 2016년 땅 1400㎡를 매입했다. 동서고속화철도의 양구역이 들어설 곳으로부터 약 100m 떨어져 있어 곧 역세권이 될 곳이었다. 전 전 군수는 국토교통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양구역 신설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다. 그가 토지를 매입한 가격은 1억6000만원이었는데, 5년만에 세 배인 3억5000만원 정도로 뛰었다. 특수본은 지난 13일 전 전 군수를 구속했다.

지난 13일 오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창범 전 양구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춘천지법으로 향하는 전창범 전 군수.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전창범 전 양구군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발부됐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춘천지법으로 향하는 전창범 전 군수. 연합뉴스

정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하는 부동산 투기 조사·수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특수본은 총 646건, 약 2800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20명을 구속하고 52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며 “보전조치를 한 부동산 투기수익은 현재까지 약 908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는 지난 3월 10일 특수본을 꾸려 수사를 시작했다. 이번 발표는 약 3개월간의 조사·수사 결과다.

검찰에 송치된 529명 중 69명은 공무원, 의원, 공공기관 직원과 이들의 친인척·지인이다. 이 중엔 3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도 2명 포함돼 있다. LH 직원은 총 5명이 검찰에 송치됐고, 지방공무원 15명, 지방의원 3명도 포함됐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현재는 경찰이 기소 의견 사건만 검찰에 송치하기 때문에 이들은 혐의가 짙다고 볼 수 있다.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 중에서 구속된 인원은 전체 20명이다. 전창범 전 군수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전 보좌관을 비롯해 LH 직원 2명, 이들의 친인척·지인 2명 등이 구속됐다. 지방공무원 4명과 지방의원 2명도 구속됐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수사 중간 결과를 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창룡 경찰청장이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수사 중간 결과를 전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날 정부 발표를 두고 여전히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위급 인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특수본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국회의원 13명을 수사 중이라고 앞서 밝혔지만, 이날 발표에서 구속됐거나 검찰에 송치된 국회의원은 없었다.  또 내부정보를 이용해 세종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인근 땅을 매입한 의혹을 받는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차관급)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도 한달 넘게 지연되고 있다.

특수본 수사와 별개로 검찰은 최근 5년간 송치된 사건을 전면 재검토하는 방식으로 수사해 기획부동산업체 운영자 등 총 14명을 구속하고 범죄수익 257억원 상당을 보전조치했다.

'태산명동 서일필', '빈수레가 요란하다' 등 수사 성과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김부겸 총리는 브리핑 뒤 페이스북에 “어떤 결과라도 국민의 큰 충격과 실망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발표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썼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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