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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수사 동일 기준으로"…조국 사과하며 윤석열 꺼낸 송영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조국 사태’와 관련, “민주당이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민주당 대표가 조국 사태에 사과한 건 2019년 10월 이해찬 대표가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고 했던 것에 이어 두 번째다.

‘국민소통ㆍ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 보고’라는 제목이 달린 이날 기자회견은 원래 지난달 2일 대표로 선출 뒤 송 대표가 이어온 민심 경청 행보의 결과를 풀어놓는 자리였지만 지난달 31일 조국 전 법무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발간되자 ‘조국 사태’에 대한 송 대표의 입장 표명 여부와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가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 오종택 기자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당대표가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대국민보고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1.6.2 오종택 기자

“입시 비리 반성한다…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송 대표는 이날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고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가 되도록 공정과 정의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한 뒤 사과했다.

사과 이유는 입시 비리 등 조 전 장관 자녀 관련 문제로 국한됐다. 송 대표는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면서 공정과 정의를 누구보다 크게 외치고 남을 단죄했던 우리가 과연 자기 문제와 자녀들의 문제에 그런 원칙을 지켜왔는지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며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반성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와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게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다”라고도 말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1심 판결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해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7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혐의 중엔 인턴 활동 등 스펙 품앗이도 포함된다. 그러나 송 대표는 ‘법률적 문제와 별개’라고 표현했고 스펙 품앗이에 대해선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2019년 8월), “합법이라고 해도 혜택을 입은 점을 반성한다”(지난 5월) 등 합법을 강조해 온 조 전 장관의 입장과 결을 같이한 부분이다.

“윤석열 가족 비리도 동일하게 수사해야”

송 대표는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한 사과 앞에 달았다. “윤 전 총장이 자신의 대권과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서 자기 상급자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은 사건”(김용민 최고위원)이라는 당내 검찰개혁 강경파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국의 시간』에 대해선 “일부 언론이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하여 융단폭격해 온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이 ‘기계적 균형’ 조차 지키지 않고 검찰의 일방적 주장과 미확인 혐의를 무차별적으로 보도하였기에, 늦게나마 책으로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하는 것”(1일 페이스북)이라는 조 전 장관의 책 소개와 같은 맥락이다.

송 대표는 보고회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도 조국 사태에 대해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법률적 측면으론 검찰의 가혹한 수사가 있고, 그와 별개로 입시 교육 문제가 공정의 가치를 훼손해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조 전 장관이 수차례 사과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도 이날 송 대표의 보고회 직후 사과문을 페이스북에 공유한 뒤 “겸허히 받아드린다. 저는 공직을 떠난 사인(私人)으로, 검찰의 칼질에 도륙된 집안의 가장으로 자기방어와 치유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문 발표 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조국 전 법무장관이 2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문 발표 후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해찬 3줄 사과보단 진전했지만…당내서도 “반쪽짜리”

당초 송 대표의 사과 수위는 “과거 이해찬 전 대표의 사과와 달리, 진정성 있게 나올 것”이란 전망이 측근에게서도 나왔었다. 조 전 장관의 자진 사퇴(2019년 10월14일) 16일 만에 나온 이 전 대표의 사과는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는 등의 세 문장이었다. 사과 중엔 ‘조국’이란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이 ‘사과가 늦은 것 아니냐’는 질문을 하자 “러시아 갔다 오는 바람에 (늦어졌다)”고 답했다.

2019년 10월 3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는 모습. 이날 이 대표는 조국 사태와 관련,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3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발언하는 모습. 이날 이 대표는 조국 사태와 관련, “민주당이 검찰개혁이란 대의에 집중하다보니, 국민, 특히 청년들이 느꼈을 불공정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좌절감은 깊이 있게 헤아리지 못했다”며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하지만 송 대표의 사과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조 전 장관이 해왔던 사과와 뭐가 다른가. 이 전 대표보단 낫지만 그래도 반쪽짜리 사과”(서울 초선)라는 평이 나왔다.
이 전 대표 사과 당시 야당에선 “송구하다는 몇 마디를 제외하면 사과가 아닌 변명과 핑계,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했을 뿐”(이만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이 대표의 사과, 총선을 의식한 퍼포먼스일 뿐”(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이란 비판이 나왔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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