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폭 하극상? 칠성파 前두목 고소한 부하, 이유는 성추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앙포토]

[중앙포토]

부산 최대 규모 폭력조직의 두목 출신 70대 남성이 20대 부하에게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강요해 경찰에 입건됐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칠성파 두목 출신인 7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의 부하인 남성 B씨는 A씨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강요당했다는 내용을 담은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조사를 거쳐 A씨를 성추행 혐의로 입건했으며 곧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2016년에도 동성 간병인 성추행으로 경찰조사  

칠성파는 15년 전만 해도 부산의 최대 폭력조직이었다. 6.25 전쟁 이후 피난민을 주 근거지로 탄생한 칠성파는 A씨의 손위 동서가 1957년 조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의 경제 호황에 편승해 유흥·향락업소, 오락실 등에서 거둬들인 수입원을 바탕으로 칠성파는 전국 최대 규모로 세를 불렸다.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의 한 장면.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가 구타로 이어지던 교실. 중앙포토

2001년 개봉한 영화 〈친구〉의 한 장면. “느그 아부지 머하시노?”가 구타로 이어지던 교실. 중앙포토

칠성파와 신20세기파 대립…영화 ‘친구'의 소재 

1990년대에는 20세기파, 영도파, 유태파 등 반(反)칠성파 세력과 치열한 세력다툼을 벌였다. 1993년 7월 라이벌 조직인 신20세기파가 세력을 확장하자 간부급 조직원 김모(당시 26세)씨를 중구 보수동 길거리에서 흉기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이후 영화 ‘친구’의 소재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 2006년 부산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영락공원 장례식장 난동 사건’ 이후로 칠성파와 20세기파 모두 급격히 와해하기 시작했다. 현재 부산경찰청이 관리 중인 칠성파 조직원은 98명에 이른다.

A씨는 조직 내에서 주먹보다는 금전으로 세력을 규합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연로한 데다 건강 문제 등으로 이제 칠성파 내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는 2016년에도 동성 간병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A씨에게 어떤 성추행을 당하고, 어떤 부당한 요구를 강요받았는지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 자세히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