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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으로 돌아온 박동원의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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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키움 박동원은 상대 포수를 배려해 두 발을 앞으로 옮긴 뒤 시행착오 끝에 적응했다. [뉴스1]

키움 박동원은 상대 포수를 배려해 두 발을 앞으로 옮긴 뒤 시행착오 끝에 적응했다. [뉴스1]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박동원(31)이 ‘홈런 치는 포수’로 거듭났다. 다른 선수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그 출발점이 됐다.

배트로 상대 포수 가격 실수 잦아 #스탠스 옮기고 그립 바꾸는 노럭 #두 달 만에 적응 끝, 월간 홈런 1위

지난달 KBO리그 최고 홈런 타자는 박동원이다. 9개를 쳐, 최정(SSG 랜더스), 양의지(NC 다이노스),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이상 7개) 등 쟁쟁한 타자를 제치고 월간 홈런 1위에 올랐다. 본인의 한 시즌 최다 홈런(14개, 2015·16년)을 넘어 첫 2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홈런의 이른바 ‘영양가’도 높다. 동점 균형을 깬 홈런이 4개였고, 나머지도 모두 3점 차 이내 상황에서 터졌다. 개막 초반 부진했던 키움이 중위권으로 올라선 데는 박동원의 활약이 있었다.

사실 박동원은 키움을 뺀 9개 구단 팬들이 미워하는 일종의 ‘공공의 적’이었다. 풀스윙하다 배트를 자주 놓치거나, 스윙 뒤 오른손을 놔 배트로 포수를 가격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방망이를 잡을 때 노브(방망이 손잡이 끝 부분)를 감싸 쥔 채 스윙 폭을 더 크게 그리다 나오는 실수다. ‘동업자 의식’ 부족을 지적받았다.

궂은일을 도맡는 포수에 대해서는 소속팀이 달라도 ‘동지애’가 있다. 박동원도 상대 포수를 다치게 만드는 상황이 마음 편할 리 없었다. 몇몇 포수에게는 좀 더 물러나 공을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공을 뒤쪽에서 잡으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 데 불리하다. 상대 포수는 당연히 물러앉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박동원이 직접 타석 앞쪽으로 좀 더 이동했다. 그 결과 한동안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올해는 타격폼도 바꿨다. 노브 위쪽을 잡거나, 노브에 새끼손가락만 올리는 정도로 조정했다. 타자의 경우 한 달에도 몇 번씩 타격폼을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 것에 민감하다. 강병식 키움 타격코치는 “몇 년간 유지한 그립을 바꾸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동원이는 다른 선수를 다치게 하는 게 싫어 많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종종 배트를 놓치지만, 전보다 크게 줄었다. 포수를 배트로 맞히는 경우는 사라졌다.

그립만 바꾼 게 아니다. 타격 준비 자세도 바꿨다. 배트를 흔드는 동작을 줄이고, 파워 포지션에서 스윙까지의 시간을 단축했다. 정확도를 높이려다 실패하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아졌다.

바뀐 폼에 적응하려면 노력밖에는 없었다. 강병식 키움 코치는 “(박)동원이는 (휴식일인) 월요일에도 혼자 야구장에 나와 연습한다. 잘 맞으면 감을 이어가려 노력하고 안 맞으면 잘못된 점을 고치려고 훈련한다”고 귀띔했다. 박동원은 “성적이 좀 떨어지더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말했다. 그런 배려가 홈런이 되어 돌아왔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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