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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군 울산 중국집 뜨자, 군복의 중년 4명 차 에워쌌다 [영상]

중앙일보

입력

31일 낮 울산 울주군 언양읍의 한 중국집 앞. 트로트 가수 박군(36)이 차에서 내리자 중년 남성 4명이 박군 주위에 한명씩 모여들었다. 사인을 요청하는 팬 20여 명에 갑자기 둘러싸인 박군을 돕기 위해서였다. 선글라스를 끼고 군복을 입은 이들은 박군이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하자 지나갈 길을 열기도 했다.

‘강철부대’ 박군 고향 방문에…경호 나선 특전사 선배들

31일 낮 울산을 찾은 가수 박군. 특전사 선배들이 박군을 경호하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31일 낮 울산을 찾은 가수 박군. 특전사 선배들이 박군을 경호하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이날 나타난 중년 남성들은 울산에 사는 박군의 특전사 선배들이다. 박군이 울산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박군의 경호를 자처하고 나섰다. 특전사 출신 김용문(53)씨는 “고향 후배 박군이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고 없이 안전하게 일정을 소화하도록 돕기로 했다”며 “오늘 박군의 전 일정에 동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동걸(52)씨도 “박군이 데뷔한 후에 인연을 맺었는데 보면 볼수록 기특하고 대견한 친구다”며 “울산과 특전사의 자랑이다”고 말했다.

박군은 유년시절을 울산에서 보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직업군인인 특전사로 15년을 복무했다. 이후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잔해’라는 트로트 곡으로 데뷔했다. 현재 채널A·SKY채널 ‘강철부대’와 SBS ‘미운우리새끼’, ‘정글의 법칙’ 등에서 활약 중이다.

울산시는 박군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기 위해 1년여 전부터 공을 들여 왔다. 그리고 이날 오전 11시 울산대공원에서 송철호 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박군에게 울산시 홍보대사 위촉장을 전달했다. 박군은 앞으로 2년 동안 울산시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울산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트로트 가수 박군이 31일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 북카페 지관 마당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위촉패를 받고 있다. 뉴스1

울산시 홍보대사로 위촉된 트로트 가수 박군이 31일 울산 남구 울산대공원 북카페 지관 마당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위촉패를 받고 있다. 뉴스1

이날 오전 일정 후 박군은 송 시장과 함께 자신이 15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던 중국집에 식사를 하기 위해 들렀다. 가게에 들어선 박군은 “점심시간인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느냐”고 걱정부터 해 웃음을 자아냈다. 중국집 사장 문인권씨는 “너 온다고 해서 자리를 비워뒀다”며 박군을 안심시켰다.

박군은 식사 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곳은 제가 15살 때부터 6년 동안 일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 지금의 사장님이 가게를 인수한 후로도 아들처럼 아껴주셨다”고 말했다. 이에 사장 문씨는 “당시 회사를 그만두고 중국집을 인수했는데 아는게 없어서 박군한테 배운거나 마찬가지”라고 웃었다.

이어 박군은 “제 유년시절이 참 어려웠다”고 운을 뗐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 주위 분들로부터 따뜻한 배려와 사랑을 받았다. 특히 롯데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학교 선배이신데 그분이 만든 롯데장학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아 학교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군의 어머니는 그가 15살 때 암 판정을 받았고 22살 때 돌아가셨다.

이날 박군의 동네 주민들은 “박군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전교 회장을 맡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박군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학교는 꼭 졸업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

박군은 “저를 도와주신 분들, 특히 롯데에 감사하다”며 “앞으로 홍보대사로서 울산을 열심히 홍보해 받은 사랑을 꼭 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박군은 앞으로 기부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전사에서 근무했을 당시 월급 중 2만원을 매달 기부하기도 했다.

박군은 “특전사를 그만두니 수입이 없어 기부를 중단해 아쉬웠다”며 “저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는 울산 지역의 소년 가장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도 만들어 보고 싶고, 가능하다면 금전적으로 기부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31일 트로트 가수 박군이 자신이 일했던 울산 언양읍의 한 중식당에서 사인을 해주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31일 트로트 가수 박군이 자신이 일했던 울산 언양읍의 한 중식당에서 사인을 해주고 있다. 울산=백경서 기자

한편 울산시 홍보대사는 무보수 명예직으로 울산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국내·외 활동과 문화·관광 홍보활동을 하게 된다. 이날 송 시장은 “울산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주길 바라며, 박군이 대성하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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