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자신과 盧 동일시한 조국 "표창장 위조 보도, 논두렁시계 같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판매되고 있다.  출판사 한길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4시 온라인 서점을 통해 '조국의 시간' 예약판매를 시작, 첫날에만 1만5000부가 나갔다. 이에 곧바로 중쇄 작업에 들어갔고 현재 8쇄에 돌입해 총 4만부를 제작 중이다. [뉴스1]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판매되고 있다. 출판사 한길사에 따르면 지난 27일 오후 4시 온라인 서점을 통해 '조국의 시간' 예약판매를 시작, 첫날에만 1만5000부가 나갔다. 이에 곧바로 중쇄 작업에 들어갔고 현재 8쇄에 돌입해 총 4만부를 제작 중이다. [뉴스1]

"2019년 8월 9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후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에 떨어졌습니다. 검찰·언론·야당은 합작해 멸문지화를 위한 조리돌림과 멍석말이를 시작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쓴 회고록 『조국의 시간』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은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이 겪은 어려움과 그들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입장을 주요 골격으로, 검찰과 언론에 대한 비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의견으로 채워져 있다.

"조국 논란? 盧 족쳤을 때와 같다더라" #"저와 제 가족은 무간지옥에 떨어져" #"윤석열, 文 탄핵 계산한 정치적 야심"

①"노무현 때와 같다"=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소위 '조국 논란'은 자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자신의 처지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동일시하거나 친문 진영의 위기감을 증폭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그는 가족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내로남불' 논란으로 사퇴를 고민했을 때 "(여권 인사들이 만류하면서) 검·언·정(검찰·언론·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잡아 족쳤던 상황과 같다고 했다. 검찰의 문재인 정부를 향한 '무력시위' '문재인 정부 군기 잡기'가 시작되었다면서 검찰의 공격에 무릎을 꿇으면 이후 누가 법무부장관으로 오더라도 검찰개혁은 무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또 아내 정경심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파일이 나왔다는 SBS 보도에 대해선 "이 보도는 SBS의 2009년 5월 13일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책 서문에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에 이 서문을 쓰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적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②"멸문지화"="2021년 영화 '자산어보'를 아들과 보러 갔다. 영화가 끝나자 아들이 말했다. '우리 집 이야기 같네요.' '멸문지화' 그리고 이를 극복해가는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책에서 '멸문지화'라는 단어를 몇 차례 언급하면서 "나와 내 가족은 괴물로 낙인찍힌 후 발가벗겨진 채 조리돌림을 받고 멍석말이를 당했다"며 검찰 수사와 언론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특히 검찰 수사를 '사냥'에 비유하면서 "수컷이 안 잡히면 암컷을 잡고 암컷이 잘 안 잡히면 새끼를 잡아 묶어놓고 어미를 유인한다. 사냥감이 잡히면 생피를 마시고 살점을 나눠 먹고 머리는 박제해서 벽에 걸고 가죽은 벗겨서 바닥에 깔아 무공을 자랑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나와 내 가족의 수사가 전개되었을 때는 수십 개의 칼날이 몸속으로 계속 쑤시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가족의 살과 뼈가 베이고 끊기고 피가 튀는 모습을 두 눈 뜨고 보아야 하는 끔찍한 절통(切痛)이었다"고 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 [뉴시스]

③"윤짜장·검찰춘장"=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제8장(검찰 쿠데타의 소용돌이)에서는 지면의 상당 부분이 윤 전 총장에 대한 내용이다. 그는 검찰에 대해선 '절대 반지를 낀 어둠의 군주'로 묘사하고, 윤 전 총장과 그 측근에 대해선 '검찰교도'들이라고 지칭하며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문재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신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 현장에는 수많은 야유와 풍자 그림이 등장했다. 특히 윤석열 총장을 '검찰춘장' '윤짜장'이라고 비하하는 여러 종류의 그림이 주목을 받았다. 춘장은 짜장면에 들어가는 검은색 소스를 말한다…'총장'을 '춘장'으로 바꾸어 야유함으로서 두려움의 대상을 맞서 싸울 수 있는 상대로 만든 것"이라며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층의 비난을 옹호하기도 하고,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관상가에게 던지는 질문을 패러디한 그림도 촛불집회 현장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윤석열 총장이 '관상가 양반, 내가 왕이 될 상이오?'라는 질문을 던지는 그림이다"라며 그의 대권 의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또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을 수사하다가 불이익을 받은 것과 관련해 "그의 기여는 분명히 인정되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수사가 가능했던 이유다"라며 ①한겨레 김의겸 선임기자의 최초 특종보도 ②수사의 근원적 힘은 윤석열이 아니라 촛불시민 ③특검팀이 만들어진 시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곧 죽을 권력' 이라고 강조했다. 울산 시장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한 수사에 대해서는 "(백원우·한병도 당시 청와대 비서관에 대한 공소장이) 나에게는 대통령 탄핵을 준비하는 예비 문서로 읽혔다"고도 썼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청와대사진기자단]

④"견디며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책 중간중간에는 자신을 돕거나 옹호한 인사들에 대한 공개 감사 내용이 들어가있다. 예를 들어 인사청문회 등에서 자신을 감쌌던 김종민 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김종민 의원에게는 특별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언론에서 '조국 수호대'라는 꼬리표를 받았고. 지역구에는 '조국 대변인 심판하자'라는 플래카드가 붙는 등 파상 공격을 받았으나 재선에 성공했고 전당대회에서는 최다득표로 수석 최고위원이 되었다"고 적었다.

또 박성수 송파구청장이 자신을 옹호한 페이스북의 글을 소개한 뒤 "나의 대학 동기이자 마음과 뜻이 통하는 친구"라며 "'친정'이나 다름없는 검찰과 선거구의 보수파 주민으로부터 비판이 예상되는데 이런 글을 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야, 고맙다!"라고 적었다. 서초동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 그 장엄한 모습에 울컥했다. 이 고난의 길에 나 혼자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에 외롭지 않았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반면 자신을 공격했던 인사들에 대한 분노도 적었다. 그는 "웅동학원 비리라는 이름으로 선친을 비난하고 모욕을 준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라며 책 후반에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도 인용했다. 그는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가 쓴 편지의 마지막 문구, "견디며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를 가족과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라면서 "에드몽 당테스는 반역을 꾀한다는 모함을 받고 14년 동안 감옥에 갇힌다. 모함자 중에는 제라르 드 빌포르 검사대리가 있다. 그는 에드몽을 재판도 없이 투옥한 후 무기징역수 만들었으며, 이후 승승장구해 검찰총장이 된다. 이후 빌포르는 비참한 최후를 맡는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한 인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2017년 5월 11일 정청래 의원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에 환영하는 뜻에서 올린 트위터 게시글. [트위터 캡처]

⑤"호세 무히카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했다"=그는 법무부장관 사퇴 입장문이나 그간 페이스북 등에 올렸던 사과 내용을 인용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남 좌파로 정부 비판에 나섰지만 자신의 강남성에 대한 성찰과 개선 노력은 취약했다"고 여러 번 사과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등을 돌린 청년 세대에 대해서는 "'대놓고 나쁜 짓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왜 분노하지 않느냐고 항변하지 않겠다"며 "우루과이 군사독재 정권과 싸운 좌파 도시게릴라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후에도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1987년 출시된 폭스바겐 비틀을 타고 다닌 호세 무히카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했다"고 적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i.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