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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이 중요할까, 당기순이익이 중요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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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호 15면

실전 공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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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 상장기업(12월 결산법인)의 1분기 실적 공시가 완료됐습니다. 실적 시즌이 되면 가끔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손익계산서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요?” 일반적으로는 영업이익이 더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회사의 본질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이익이기 때문이죠. 회사가 얼마나 장사를 잘했는지는 영업이익을 보고 가늠할 수 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주의 깊게 살펴야 #향후에 영향 미칠지 분석 중요

자동차 회사는 차를 팔아 영업수익(매출)을 올립니다. 영업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제조비용(제조인력 인건비, 원재료비, 기계장치 감가상각비 등)이 들어갑니다. 판매영업 및 관리활동에 투입되는 직간접 비용(급여, 광고마케팅비, 물류비 등)도 있습니다. 이러한 영업비용이 영업수익보다 적어야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겁니다.

영업이익의 아랫단으로 가면, 예컨대 이 회사가 기계설비를 장부가격보다 비싸게 팔고 얻은 설비처분이익(영업 외의 이익), 은행대출을 받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였다면 물어야 하는 이자(영업 외의 비용) 같은 것이 모여서 영업 외의 손익을 결정합니다. 영업손익에 영업 외의 손익을 더해 당기순이익(또는 당기순손실)을 산출합니다. 회사의 본질적인 영업활동 외 요소가 작용한 당기순손익보다는 영업이익 숫자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당기순손익 역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때가 가끔 있습니다. 세아베스틸이라고 하는 철강회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누적)까지 매출 1조8530억원, 영업이익 106억원, 당기순이익 35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74%, 85% 감소한 수치였습니다. 이런 경우 회사는 생산활동에 직·간접 사용하는 자산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계장치 장부가격이 100억원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업황이 부진했고,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도 불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이 기계장치를 계속 가동해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현금흐름이 장부가격(100억원)만큼 될지 측정해봐야 합니다. 이것을 ‘자산손상검사’라고 합니다. 그랬더니 사용가치가 80억원으로 산출됐습니다.

만약 이 기계장치를 지금 바로 처분하면 고철값인 5억원 정도 밖에 못 받습니다(매각가치·공정가치). 기계장치에서 회수할 수 있는 최대금액이 80억원 밖에 안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장부가격을 10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조정하고, 차액 20억원은 손익계산서에서 자산의 ‘손상차손’이라고 하는 영업 외 비용으로 반영합니다. 그만큼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세아베스틸이 최근 공시한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올해 초 연간 결산과정에서 반영한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무려 2822억원 입니다.

4분기까지 반영한 연간 실적은 매출 2조5357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인데 비해 당기순손실은 2455억원으로 크게 확대됐습니다. 기업 실적에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간 차이가 너무 크면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 영업 외 손익 요소를 파악해 봐야 합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선제적 비용처리를 했기 때문에 미래에는 긍정적 영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등을 분석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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