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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문의 검은 돌 흰 돌] 신진서·박정환·최정…시청률 이끄는 빅3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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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러스트=김회룡

일러스트=김회룡

바둑TV와 K바둑은 바둑 전문 채널이다.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을 잃은 바둑팬에겐 더 없는 친구가 아닐 수 없다. TV를 틀었다 하면 바둑부터 찾는 마니아도 상당하다. 이들의 숫자는 대략 5만명 정도. 바둑을 직접 두고 싶거나 여러 판을 번갈아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 바둑사이트나 유튜브로 가고 느긋하게 보고 싶은 사람은 TV로 간다. 집안에서 채널권을 놓고 작은 갈등이 벌어진다. 여성들, 특히 노년의 여성들은 대개 바둑을 모르기 때문에 바둑채널에 질색을 한다. 바둑은 전혀 모르지만 남편이 하도 바둑채널만 틀어서 프로기사 이름 몇 명 정도는 알고 있다는 여성도 꽤 있다.

유튜브 시대에도 전문TV 인기 #여자리그·갑조리그 등 중계 눈길

바둑채널의 최고 인기 프로는 한국과 중국이 맞붙는 세계대회다. 세계대회 생중계 다음으로는 신진서-박정환과 여자최강 최정의 바둑이 단연 인기다. 이들 세 명은 바둑방송에선 ‘빅3’로 불린다. “다른 기사 바둑과 시청률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바둑TV 임진영 본부장은 알려준다. “한때는 최정이 단연 최고였으나 최근 성적이 주춤하면서 신진서와 최정이 비슷해졌다.”

따라서 세계대회와 빅3가 겹치면 그야말로 최상품이 된다. 최정이 중국 여자기사를 물리치고 세계대회서 우승하는 바둑들은 10방 이상 끝없이 재방송됐지만 다른 바둑보다 시청률이 높았다고 한다.

바둑TV는 한국기원이 운영하고 K바둑은 SG그룹의 계열사다. 지난해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모든 바둑대회가 끊어졌고 바둑채널도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온라인대국으로 세계대회를 강행하고 TV 대면 대국도 열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바둑TV는 결국 지난해에도 상당한 흑자를 내며 한국기원 재정에 큰 도움이 됐다. 올해 들어 농심배와 LG배에서 한국이 잇달아 우승하면서 분위기도 좋아지고 시청률도 상승했다. 승부 세계는 어쩔 수 없다. 이기면 주변도 흥하고 지면 함께 몰락한다.

최근 한국에선 NH농협 여자리그가 시작됐고 중국에선 갑조리그가 시작됐다. 바둑TV는 방송 우선권이 있는 여자리그를 저녁 골든타임에 배치하여 공을 들이고 있다. 20일 열린 여자리그 개막전은 지난해 우승팀 보령 머드와 지난해 최하위 서귀포 칠십리의 대결. 보령머드는 바로  최정의 소속팀으로 지난해 선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올해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서귀포의 2대1 승. 최정에게 한판을 내줬을 뿐 나머지 두 판을 이겨 서전부터 대이변을 연출했다.

22일에도 눈길을 잡아끄는 승부가 있었다. 서울 부광약품과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대결인데 부광약품은 처음 주장으로 데뷔한 허서현(19세)과 리그 최연소 정유진(15세)이 2대1 승리의 주역이 됐다. 새로운 스타 등장과 이변들은 여자리그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다만 3판의 길고 긴 팀 대결이 끝난 뒤 하이라이트가 없다는 게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야구처럼 즉각 하이라이트를 편집해 보여주고 판도 변화를 함께 읽어주기를 팬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해본다.

중국갑조리그에서도 좋은 소식이 이어진다. 박정환이 5연승을 거두며 벌써 1억원 넘는 상금을 획득했다. 김지석도 5연승했고 신민준과 변상일은 4승 1패다. 이들의 바둑이 거듭 양쪽 TV화면을 장식했다. 팬들의 이목이 집중된 신진서는 아쉬운 3승 2패.

이런 상승세에 힘입어 바둑채널들은 나름 선전하고 있다. 최근 유튜브가 급속도로 치고 올라오는 추세라 전략적인 고민도 많아졌지만 바둑TV는 280여 채널 중 30~40위, K바둑은60~7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 K바둑은 처음엔 한국기원과 갈등도 있었고 견제도 받았지만 점차 바둑TV와 좋은 경쟁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엔 SG배 명인전과 쏘팔코사놀배 등을 주최하고 있는데 이 대회들이 시청률에서 세계대회 다음의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박치문 바둑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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