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G 실패 되풀이 없다” 미국이 한국과 ‘미래먹거리’ 손잡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세대 이동통신(6세대)과 양자기술 등 ‘미래 먹거리’에서 협력 의지를 밝히면서, 향후 중국과 패권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미국이 중국 기업에 세계 시장을 내준 5세대(5G) 때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Deep & Wide] 한·미 ‘미래기술 동맹’ 살펴보니

미국이 콕 찍은 분야…중국과 경쟁 불가피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안보와 성장 이슈가 동시에 얽혀 있는 6G, 오픈랜, 양자기술 등을 ‘콕’ 찍어 동맹을 강조했다. 성명서엔 “양국 정상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오픈랜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성명서에) 언급된 기술이 상당히 구체적인 데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이 불가피한 분야”라며 “이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과 ‘기술동맹’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가 5G 장비 40% 장악

특히 ‘6G’ 표현은 3차례 언급됐다. 미국엔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가 없다. 반면 중국은 화웨이(32.6%)와 ZTE(11%)를 통해 세계 5G 장비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6G는 2030년 상용화가 목표인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이는 미국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에도 ‘솔깃한 카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고, 한국은 미국의 퀄컴과 협력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통신용 반도체칩에서 세계 1위다.

민간에선 이미 ‘6G 동맹’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통신산업협회(ATIS) 주도로 결성된 ‘넥스트G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여기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노키아(핀란드) 등 3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화웨이는 2019년 8월 캐나다에 6G R&D 센터를 설립하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6G 핵심 서비스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6G 핵심 서비스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 경쟁력 살리고, 한국도 기회 선점   

오픈랜(Open-RAN·개방형 무선접속망) 역시 미·중 네트워크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픈랜은 네트워크의 일부 구간을 다른 장비와 호환이 되도록 표준화하는 과정이다. 장비 업체에 네트워크의 모든 과정을 의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미국은 소프트웨어 기술로 오픈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문식 전자통신연구원(ETRI) 무선분산통신연구실장은 “그동안 장비업체가 주도하던 시장을 ‘장비 소프트웨어’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한국 기업에도 세계 시장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기술은 5G·6G에 이어 ‘차세대 전쟁터’로 불린다. 얽히고 중첩되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초고속 연산(양자컴퓨팅)과 통신 등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팅은 현 디지털 컴퓨터보다 30조 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2018년 ‘양자법’을 제정하고 2019년부터 5년간 1조400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미국 ‘또 하나의 5G 사태 될 수 있다’ 우려”

글로벌 양자 기술 수준 및 연구개발 투자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글로벌 양자 기술 수준 및 연구개발 투자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국은 양자통신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연초 중국과학기술대 연구팀이 4600㎞에 걸쳐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실었다. 중국은 내년까지 17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양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양자암호통신위성(‘묵자호’)을 쏘아 올리는 등 ‘양자 굴기’를 추진 중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중국은 기존의 인터넷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선 ‘보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산업 주도권을 빼앗겼던 ‘또 하나의 5G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의 양자기술과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협력을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