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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혐의' 오거돈 영향?…성인지 유튜브 채널 운영 나선 부산시

중앙일보

입력

류제성 시 감사위원장, 유튜브 채널 운영

성인지 감수성 향상 위한 유튜브 채널 '북 위드 유' 갭쳐. 왼쪽이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 오른쪽이 오정진 부산대 교수다.

성인지 감수성 향상 위한 유튜브 채널 '북 위드 유' 갭쳐. 왼쪽이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 오른쪽이 오정진 부산대 교수다.

지난해 4월 초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겪은 부산시가 공무원과 시민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나섰다.

채널 이름은 ‘북 위드유 : 부산시 성희롱 성폭력 근절 추진단’이다. 지난 14일 첫 방송분이 유튜브에 올라 있다. 이 채널은 평소 사람들이 언급하기 불편해하고 무거운 주제라 생각하는 성희롱‧성폭력, 차별, 인권,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책을 전문가 또는 저자와 대담(북토크)형식으로 소개한다. 관련 주제를 알기 쉽게 풀이해준다.

첫 방송분은 류제성 부산시 감사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오정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대담자로 나섰다. 오 교수는 부산대 인권센터장을 역임하고 부산시 성희롱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 위원으로 다수의 성희롱·성폭력 사건을 조사해왔다.

페미니즘 등 주제로 월 2회 제작·게시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 부산시]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유튜브 방송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 부산시]

소개된 책은 호주의 20대 여성 작가 ‘브리 리’의 『계란 껍질 두개골 원칙』. ‘법정에 선 성폭력 생존자의 사법 투쟁기’라는 부제목이 붙어있다. 작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성차별적인 사회와 사법제도에 대한 강렬한 고발과 함께 피해자를 향한 위로와 연대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다.

‘계란 껍질 두개골원칙’은 누군가의 머리를 가볍게 한 대 쳤는데 피해자의 두개골이 계란 껍질 처럼 얇아 사망했다면 머리를 가격한 자는 그 사망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 말해 성희롱·성폭행 피해자가 얼마나 연약한지와 상관없이 가해자에게 모든 피해의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류 감사위원장은 “책 안에 담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원인과 구조, 조사 및 판단 과정에서의 쟁점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책을 설명했다.

“차별·억압·배제 없는 조직과 사회돼야”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해 부산시청 곳곳에 붙여놓은 홍보문. 황선윤 기자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 성희롱 성폭력 근절을 위해 부산시청 곳곳에 붙여놓은 홍보문. 황선윤 기자

지난 4월 말 촬영돼 편집 과정을 거쳐 게재된 첫 방송분은 ‘북 위드 유’로 검색할 수 있다. 부산시는 시 공무원과 시민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월 2회 유튜브 방송을 제작해 게시할 예정이다.

부산시의 유튜브 채널 운영은 지난해 4월 초 발생한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후 부산시는 지난해 7월 단장과 전문조사 요원 각 1명을 외부에서 영입해 5명으로 ‘성희롱 성폭력 근절 추진단’을 구성해 활동 중이다.

성희롱 성폭력 근절 추진단은 그동안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해 시 산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거나 워크숍을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추진단은 부산시 감사위원회 산하 조직이며, 이번 유튜브 채널 운영은 류제성 감사위원장 제안으로 이뤄졌다.

류제성 감사위원장은 “인권과 페미니즘 관련 이슈를 이해함으로써 부산시 직원과 시민에게 차별·억압·배제가 없는 조직과 사회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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