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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 입 좀 다물라”…암호화폐 시장 뒤흔든 머스크의 망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스페이스X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7일 독일 베를린에서 스페이스X 공사 현장을 방문한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로이터=연합뉴스]

요즘 암호화폐 시장의 공공의 적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의 트위터다. 멈출 기세 없는 머스크의 트위터에 시장은 롤러코스터를 탄다.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통에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헷갈릴 정도다. 오락가락에 좌충우돌 발언이 이어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선 “입 닥쳐라” “당신 때문에 돈을 날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머스크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1달러 지폐 그림. 지폐 얼굴 에 시바견을 합성했다.[트위터 캡처]

머스크가 2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1달러 지폐 그림. 지폐 얼굴 에 시바견을 합성했다.[트위터 캡처]

20일(현지시간)에도 다르지 않았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사이버바이킹’이라고 쓰인 네온사인 아래에 1달러 지폐에 도지코인의 상징인 시바견을 합성한 지폐를 올렸다. “창에 있는 도지는 얼마인가”란 문구까지 덧붙였다. 네티즌과 도지코인 투자자는 “언제 1달러 가나요” “도지가 미래다. 1달러로 만들자!” 등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도지코인 가격이 1달러까지 오를 것을 머스크가 암시했다고 해석한 것이다.

시장은 다시 출렁였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는 “머스크가 해당 트윗을 올린지 4분 만에 도지코인 가격이 15% 치솟았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21일 오후 5시 45분 현재 도지코인은 에는 38.52센트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5.51% 올랐다.

"닥쳐라" "사기 그만쳐라" 비난 쏟아져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테슬라 CEO.[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테슬라 CEO.[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의 이런 행보는 작전세력에 비견된다. 트위터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관련 발언을 이어가며 시장이 요동치는 탓이다. 투자자의 피로감이 커지며 비판과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머스크의 ‘사이버바이킹’ 트윗에는 “사기 좀 그만 쳐라” “입 좀 닥쳐라” “당신 트윗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길에 나앉았다” 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머스크의 잇따른 트윗으로 인해 이미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가격은 급락했다.

그런데도 트윗으로 도지코인 띄우기에 나서자 투자자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머스크는 “도지코인을 판 적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고 선언하는 트윗을 또 남겼지만, 양치기 소년으로 신뢰를 잃은 투자자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1월 트위터 프로필 ‘#bitcoin’ 해시태그

머스크가 지난 1월 말 트위터 프로필에 올린 비트코인 해시태그.[머스크 트위터 캡처]

머스크가 지난 1월 말 트위터 프로필에 올린 비트코인 해시태그.[머스크 트위터 캡처]

머스크가 겪는 트윗 ‘필화(筆禍)’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머스크가 암호화폐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된 건 올해 초다. 지난 1월 말 머스크는 트위터 프로필에 ‘#bitcoin’ 이란 문구를 해시태그로 적었다가 삭제했다. 하지만 이 직후 비트코인 가격은 10% 이상 급등했다.

이후에도 머스크는 음성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선언하며 비트코인을 계속 띄웠다. 머스크 효과는 지난 2월 테슬라가 자사 차량을 살 때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고, 비트코인에 10억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테슬라가 1분기에 비트코인을 팔아 1억100만 달러의 수익을 본 사실을 알려지며 머스크는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투자자의 뒤통수에 강펀치를 날린 것이다.

4월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 철회” 트윗  

지난 13일 머스크가 올린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 철회 트위터.[트위터 캡처]

지난 13일 머스크가 올린 테슬라 비트코인 결제 철회 트위터.[트위터 캡처]

투자자가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건 지난 13일이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방침을 2달여 만에 철회한다고 트위터로 발표한다. 자신이 비트코인 신봉자에서 배신자로 변신했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이후 한 트위터 사용자가 “비트코인 보유자들은 다음 분기에 테슬라가 모든 비트코인을 팔아버린 걸 알면 자신을 때리게 될 것”이란 글에 머스크가 “정말(Indeed)”이라고 답하면서 비트코인 폭락에 기름을 부었다.

머스크가 뒤흔든 건 비트코인만이 아니다. 도지코인도 머스크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월부터 “도지코인은 우리 모두의 암호화폐”라며 지속해서 도지코인을 트위터에서 언급했다. 자신과 도지코인 시바견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도 계속 게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지코인 가격은 지난달 연초대비 6000%까지 상승했다.

'도지파더' 칭하곤 SNL서 “도지코인은 사기”

지난 2월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한 장면에 자신의 얼굴과 도지코인의 시바견 로고를 합성했다.[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지난 2월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의 한 장면에 자신의 얼굴과 도지코인의 시바견 로고를 합성했다.[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고도의 심리전인지, '아무 말 대잔치'인지 헷갈릴 정도인 머스크의 발언도 투자자에게는 상처로 다가온다. 지난달 28일 올린 ‘도지파더 SNL 5월 8일’이란 트윗을 올리며 ‘도지코인의 아버지’를 자처했다. 지난 8일 방송되는 미 코미디 프로그램 새터데이나이트라이브(SNL)에서 도지코인을 언급할 것을 암시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정작 SNL에선 진행자가 “도지코인은 사기냐”라고 묻자 “그렇죠”라고 농담으로 답했다. 해당 발언 이후 도지코인 가격은 30%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다음날엔 “스페이스 X는 내년 도지-1 위성을 달로 보낼 것이며, 프로젝트 자금은 도지코인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도지코인 가격은 다시 20% 치솟았다.

머스크 해임 목표인 암호화폐까지 등장

지난 8일 일론 머스크는 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농담을 했다.[AP=연합뉴스]

지난 8일 일론 머스크는 SNL에 출연해 "도지코인은 사기"라는 농담을 했다.[AP=연합뉴스]

머스크의 망발에 지친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머스크에 대한 반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시장을 교란한다며 머스크를 비판하는 의미를 담은 암호화폐까지 발행되고 있다. 그만하라는 뜻인 ‘스톱일론‘(STOPELON)뿐만 아니라 이름에 노골적인 욕설이 담긴 ‘‘F**KELON”도 등장했다.

머스크를 끌어내리겠다는 결의까지 다질 정도다. 스톱일론 측은 스톱일론 발행으로 만든 자금으로 테슬라 경영권을 확보해 머스크를 CEO 자리에서 해임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있다.

외신들도 머스크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머스크가 5500만명 트위터 팔로워를 통해 시장에 반복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도 지겹고, (여기에 휘둘리는) 암호화폐 도박꾼들이 안쓰럽다고 느끼기도 힘들 정도”라고 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는 “머스크는 확실히 비트코인의 단점을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영향력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머스크의 도지코인 관련 트윗에 “머스크의 도지코인 트윗이 점점 더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게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적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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