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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집값 잡으려다 강남만 더 올려놨다···文정부 규제 역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 일대 아파트의 모습. 2021.5.19 연합뉴스.

서울 강남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하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 일대 아파트의 모습. 2021.5.19 연합뉴스.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가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놓은 각종 규제책이 역설적으로 강남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주(10일 기준)까지 4개월 2주 동안 서울 아파트값(주간 가격 동향 누적 기준)은 1.48% 상승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송파구의 아파트값이 2.36% 올라 최고 상승률을 나타냈다. 2위는 2.17%의 상승률을 보인 노원구이고, 서초구(2.00%)·강남구(1.97%)가 뒤를 이었다. 부동산원 조사 기준으로 지난해(1~12월) 강남 3구의 아파트값은 모두 하락했다. 전체 상승률이 서초구(-1.64%), 강남구(-1.54%), 송파구(-0.62%) 등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반등을 나타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강남 집값을 잡는 데 맞춰져 있었다.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내 시가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규제지역 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낮췄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 3구를 타깃으로 한 규제였다. 실제로 이 대책이 발표된 이후 5개월간 서울 아파트값이 0.11% 올랐는데, 서초구(-2.11%)·강남구(-2.03%)·송파구(-1.40%) 등은 오히려 하락했다.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률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강남 3구 아파트값 상승률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여기에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과 7·10 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다주택자 세제 강화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추가했다. 이때도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0.01∼0.03% 수준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규제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가 시장에선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갖는 게 낫다는 메시지로 해석된 것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여야 서울시장 후보가 모두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했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불면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 것도 집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매매 안내. 2021.5.19 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부동산 업소에 게시된 매매 안내. 2021.5.19 연합뉴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이 2년 실거주를 해야 새 아파트 입주권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조합설립 신청을 마친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뒀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은 앞다퉈 조합 설립을 서두르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7차의 경우 전용면적 245.2㎡가 조합설립 인가 직전인 지난달 2일 80억원(11층)에 거래되며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13억원 뛰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 직후 재건축 시장 과열을 우려하면서 서둘러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시장에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각종 규제로 시장에 공급이 줄었지만, 매수세는 유지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그동안 안정세를 유지하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까지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상승한 것이 올해 이런 결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강남 집값은 우상향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마포·용산·성동·동작 등 인근 지역 집값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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