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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인사하는 뉴욕 명물 카우보이 “관광객 보니 힘이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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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20년 째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네이키드 카우보이'는 관광객을 맞기 위해 백신도 접종했다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20년 째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네이키드 카우보이'는 관광객을 맞기 위해 백신도 접종했다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명물인 '네이키드 카우보이'는 유독 발걸음이 활기차 보였다.
속옷 차림에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기타를 치며 돌아다니며 유명해진 그는 기자에게 유창한 한국말로 인사를 하며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관광객을 보며 더 힘이 난다"고 했다. 관광객을 맞기 위해 백신도 맞았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배트맨 의상을 하고 관광객과 사진 찍으며 팁을 받는 패트리샤 라미스는 4년 전 이 일을 시작한 지 처음으로 몇달 간 휴가를 다녀왔다고 했다. 관광객이 없으니 거리로 나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달부터 사람들이 늘면서 캡틴 아메리카, 미키마우스 등 다른 친구들도 속속 귀환했다며 즐거워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배트맨 분장을 하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던 패트리샤 라미스는 ″이제 안전한 뉴욕으로 오라″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배트맨 분장을 하고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어주던 패트리샤 라미스는 ″이제 안전한 뉴욕으로 오라″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19일부터 상점과 식당, 미용실 등에 뒀던 실내영업 인원제한 규정을 없애기로 했다.
당초 도시를 완전히 개방하는 시기를 7월 1일로 잡았지만,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신규 확진자 수가 떨어지면서 날짜를 점차 앞당겼다. 한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핫스폿'이던 뉴욕이 정상화에 바짝 다가선 것이다.

빗장 푼 뉴욕, 19일부터 영업제한 모두 해제 #분장한 '수퍼 영웅' '카우보이' 다시 광장에 #관광객 유치 위해 기차역에선 '묻지마' 접종 #증가하는 범죄·인종차별 등은 팬데믹의 그늘

"백신 이후로 손님들의 표정부터 달라져"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음식점과 식당을 운영하는 문준호 씨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이제는 희망이 보여 좋다″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음식점과 식당을 운영하는 문준호 씨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진 못했지만, 이제는 희망이 보여 좋다″고 말했다. [이광조 기자]

지난해 3월 뉴욕주는 식당과 상점 등의 문을 일제히 닫게 했다. 석 달 뒤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했지만, 한번 떠난 뉴요커들과 관광객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맨해튼 한인타운에서 23년째 음식점과 주점 등을 운영하는 문준호 씨는 "9·11 테러와 월스트리트발(發) 금융위기 다 겪어봤지만 이번 같지는 않았다"고 했다.
"9·11 테러로 석 달 정도 KO 상태였다면, 코로나19는 다운당한 뒤 일어났다가 또 다운당하기를 반복하는 일상의 연속이었다"고 비교했다.
문을 닫은 동안 반찬 장사를 하고, 절반으로 줄인 직원들과 부분 영업을 하며 1년 이상을 버텼다.
뉴욕시 성인의 절반 이상이 한 차례 이상 백신을 맞게 된 지난달부터는 부쩍 손님이 늘었다.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매상의 60~70% 정도밖에 회복이 안 됐지만, 그래도 이제 손님들의 표정이 달라진 게 느껴진다고 했다.
"끝이 안 보이던 작년에 비해 지금은 희망이 보여 너무 좋다"고도 말했다.

"멕시코에서 날라와 백신 접종" 

18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자마자 뉴욕 펜스테이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콜롬비아인 폴라 자르가 접종 후 선물로 받은 지하철 1주일 탑승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광조 기자]

18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자마자 뉴욕 펜스테이션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콜롬비아인 폴라 자르가 접종 후 선물로 받은 지하철 1주일 탑승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광조 기자]

그러나 뉴욕 경제가 완전히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9년 뉴욕시를 찾은 관광객 수는 6660만 명에 달했다. 올해는 그 절반 수준인 3640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면서, 한해 460억 달러(약 51조 원)가 넘었던 뉴욕시 관광수입은 무려 350억 달러(약 39조 원)가 사라졌다.
뉴욕시 관광 당국은 2015년은 돼야 예전 수준의 외국인 관광객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급해진 뉴욕은 관광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백신까지 동원했다. 타임스퀘어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등 관광지 주변과 주요 지하철 역사에 무료 접종소를 설치해 관광객들에게도 백신을 놔주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3시 뉴욕에서 가장 붐비는 역 중 하나인 펜스테이션의 간이 접종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예약도 하지 않은 이들에게 특별한 신분증 검사도 없이 간단한 건강 관련 질문만 한 뒤 존슨앤드존슨 백신을 놔줬다.
3주 뒤 다시 찾아오기 힘든 관광객들 특성상, 1회 접종만 하면 되는 백신을 택한 것이다. 백신 자체도 무료였는데, 접종 후 일주일 동안 쓸 수 있는 지하철 탑승권도 선물로 줬다.
멕시코에서 왔다는 폴라 자르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기차를 타고 이곳에 와 백신을 맞았다"며 "이제 마음 놓고 뉴욕 여행을 즐길 계획"이라고 했다.

정상화와 함께 드러나는 팬데믹의 그늘 

지하철도 도시 재개방에 맞춰 지난 17일부터 심야 운행을 다시 시작했다.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칭에 걸맞게 뉴욕 지하철은 115년간 24시간 운행을 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자정 이후로는 운행을 중단한 상태였다.
심야 운행을 재개한 뒤 이용객이 갑자기 늘면서 열차 내 폭행·강도·성추행 등의 범죄도 덩달아 늘었다고 WSJ가 보도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기간이 길었던 만큼, 경제 재개와 함께 특히 뉴욕을 비롯해 시카고·LA·필라델피아 등 대도시에선 일제히 범죄가 급증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까지 더해지면서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결국 백신이 경제 정상화의 문은 열었어도, 코로나19가 남긴 후유증까지 치유하는 데는 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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