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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주려고 250억 사옥도 내놨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대한민국 치과계 유일한 학술재단인 신흥연송 학술재단 조규성 이사장. 매년 연송치의학상과 연송장학금 수상자를 선발한다. 김성룡 기자

대한민국 치과계 유일한 학술재단인 신흥연송 학술재단 조규성 이사장. 매년 연송치의학상과 연송장학금 수상자를 선발한다. 김성룡 기자

장학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강남에 있는 시가 250억원대 건물까지 내놓은 기업이 있다. 치과용 장비·시스템 전문업체인 ㈜신흥의 사회공헌 이야기다. 이 회사 창업주인 이영규(91) 회장은 1999년 장학사업을 시작해 전국의 11개 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 재학생에게 23년째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2017년엔 신흥연송학술재단을 만들었고 이후 회사 사옥까지 출연하면서 의욕적으로 장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규성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 #치과 장비업체 23년째 조용한 기부 #“사회공헌 연속성 위해 사옥 출연 #치대생 520명에 총 22억 지원”

연간 장학금 지원 규모는 3억5000여 만원, 지금까지 총 22억310만원을 지원했다. 수혜를 입은 학생은 52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런 기부 활동을 단 한 번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13일 서울 중림동에 있는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조규성(66) 신흥연송학술재단 이사장은 “오른손이 하는 선행을 왼손도 모르게 할 만큼 소리 없는 사회공헌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연세대 치대 교수를 지내다 정년퇴임하고, 지난해 말부터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은 가정 형편이 곤란하지만, 미래가 유망한 학생을 뽑는다는 선발 기준을 제시하고, 장학생 선발은 대학에 맡깁니다. 대학당 4명씩 모두 44명을 뽑아요. 1인당 800만원씩을 지원하는데 어떤 조건도 없어요.”

국내 치과대 정원이 620여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림잡아 13~14명당 한 명꼴로 ‘신흥 장학생’인 셈이다. 처음엔 자체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다가 공익재단을 설립하면서 사업을 확대했다. 기업 실적에 따라 장학금 규모가 들쑥날쑥하다 보니 별도 재단으로 독립시켜 안정적 재원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키워보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미르문화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관련 논란이 커지면서 그때부터 재단 설립 요건, 특히 자본 요건이 엄격해졌다.

이 때문에 신흥은 회사가 보유했던 남대문 사옥을 현물 출자(42억원)하면서 재원을 마련했다. 이후 신흥 계열사와 대주주가 27억원을 기부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회사 사옥까지 출연했다. 이 건물은 부동산 평가액이 250억원에 달한다. 덕분에 재단 재정이 탄탄해졌다. 조 이사장은 “(건물 기부는)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라며 “그 덕분에 신흥연송재단은 치의학계에서 유일하지만 탄탄한 공익재단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은 매년 연송치의학상을 시상하면서 학술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국제학술지(SCI)에 최근 3년간 게재한 논문의 개수와 인용지수(impact factor)를 따져 가장 탁월한 임상 연구자(1명)에게 치의학상을, 기초 연구자(1명)에게 연송상을 준다. 임상과 기초를 통틀어 가장 학문적 업적이 우수한 연구자는 대상(1명)을 받는다. 올해로 17회를 맞은 연송치의학상은 지난달 30일 이두형 경북대 치대 교수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연송상은 조현재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치의학상은 최성환 연세대 치대 교수가 각각 받았다

재단은 앞으로 학술사업을 확대하고, 국민 구강 보건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아직은 개인 의견이지만, 봉사상 같은 걸 만들어서 사회 취약계층의 구강건강을 위해 애쓴 의료진을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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