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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성추행 등’ 산하기관장 절반이 공석…오세훈 시장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통해 “산하단체장 인사를 마냥 늦추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각 기관장 인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재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6곳 가운데 거의 절반이 공석이라 후임 인선을 통해 진용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와서다. 서울시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과 주택정책을 실행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수장 자리도 비어 있다.

吳 “인사 마냥 늦추지 않겠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연구원장을 비롯해 산하단체 인사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자리에 따라 한 달에서 석 달 정도 필요하다”며 “임기가 1년 3개월밖에 안 되는데 인사를 마냥 늦출 수는 없지 않으냐. 나름대로 신경 쓰고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주요 산하단체인 투자·출연기관 26곳 가운데 12곳이 공석이라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서울문화재단은 대표의 직무정지로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이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주택정책·싱크탱크 기관들 직무대행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서왕진 전 서울연구원장은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지난 2월 스스로 직을 내놨다. 박 전 시장 정책특보 출신의 주진우 서울시사회서비스원 대표 역시 임기를 1년 정도 남기고 3월 말 사임했다.

오 시장 취임 뒤에는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이재성 서울관광재단 대표, 김민영 120다산콜센터재단 이사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공석이 점점 늘어가는 와중에 김영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뒤인 지난달 28일 스스로 그만뒀다. 원래 임기는 오는 10월 말까지였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직권남용, 근무시간 음주 등의 제보 접수로 직무정지 당했으며 서울시 조사를 받고 있다.

김경호 서울농수산식품공사 대표·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김성규 세종문화회관 대표와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고인석 서울기술연구원장 등의 임기는 오 시장(2022년 6월 30일까지)보다 짧다.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 [사진 서울시]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 [사진 서울시]

다수 재단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설립 

투자·출연기관장의 임기는 3년이다. 지방공기업법 등에 따라 공모로 이뤄진다. 임원추천위원회가 공개모집 지원자 가운데 후보자를 뽑고 시장이 최종 한 명을 임명한다. 면직은 스스로 사퇴하거나 중징계를 받았을 때 가능하다. 제도상 시장이 마음대로 자리를 바꿀 수 없지만 임추위 구성원 2명을 추천할 수 있다. 서울시의회와 해당 기관이 각각 3명·2명을 추천한다.

관행상 새 시장이 오면 전 체제에서 임명된 산하기관장이 사표를 제출해 대대적 물갈이가 이뤄지기도 한다. 평생교육진흥원·에너지공사·50플러스재단·디지털재단·120다산콜센터재단·서울기술연구원·사회서비스원·TBS·물재생시설공단·공공보건의료재단 등 현재 산하기관 가운데 다수의 설립을 박 전 시장이 추진했으며 그와 행보를 함께 하거나 친여권 성향인 인사들이 상당수 산하기관장으로 임명됐었다.

김주명 평생교육진흥원장은 박 전 시장 비서실장 출신이며 장영승 서울산업진흥원 대표는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 고소인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를 향해 “비겁하면서도 사악하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리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뉴스1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주명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 뉴스1

서울시 관계자 “공석 중심으로 인사”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시장이 바뀌면 산하기관장은 자진사퇴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큰 폭 교체론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장 선출에서 대통령이나 시장의 불필요한 간섭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내게 하고 특정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개입했다는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1심 유죄 판결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선임에 장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대대적 물갈이는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서울시 내부 조직개편을 먼저 정비한 뒤 산하기관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석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임기가 남은 기관장에 관해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2006년 서울시장 시절 산하기관장 인사를 위해 헤드헌터를 활용하기도 했지만 이번 인사에서는 인력 전문업체의 도움은 받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순차적으로 산하기관 임원 충원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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