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학술원-CSIS "'상향식+하향식' 하이브리드 북핵 협상해야"

중앙일보

입력 2021.05.18 16:14

업데이트 2021.05.18 16:44

최종현학술원과 CSIS는 18일 '동북아의 미래와 한미동맹' 보고서를 통해 상향식과 하향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식 대북 협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최종현 학술원]

최종현학술원과 CSIS는 18일 '동북아의 미래와 한미동맹' 보고서를 통해 상향식과 하향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식 대북 협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최종현 학술원]

최종현학술원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18일 공동 발간한 ‘동북아의 미래와 한·미동맹’ 보고서를 통해 “대북 협상은 하향식(Top-down) 접근법과 상향식(Bottom-up) 접근법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모두 고려한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현학술원-CSIS 공동보고서 발간
'동북아의 미래와 한미동맹' 제언
"대북 협상 '하이브리드 접근법' 필요"
한·미 전문가 'CVID 원칙론' 공감

이날 공개된 보고서는 최종현학술원과 CSIS가 공동 발족한 동북아·한반도 공동위원회 차원의 논의 결과를 정리한 내용이다. 동북아·한반도 공동위원회는 지난 6개월 간 총 4차례의 컨퍼런스를 열고 ▲북핵 협상 ▲한·미 동맹 ▲대중(對中) 전략 ▲한·미·일 3국 협력 등을 주제로 한·미 양국의 전직 고위 관료와 학자 등 전문가 27인의 의견을 모았다.

한국 측 인사로는 이홍구 전 국무총리, 박인국 최종현학술원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이 참여했고 미국 측에선 리차드 아미타지 전 국무부 부장관,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존 햄리 CSIS 소장 등이 참여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날 보고서 발간을 기념해 열린 세미나에서 “이 보고서는 이미 향후 추구할 목표를 제시하며 새로운 미 행정부의 취임과도 맥을 함께 한다”며 “이번 보고서가 한·미 양자관계의 회복력과 가치를 발굴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년전 조셉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님은 킨들버거 함정이라는 개념에 대한 논문을 출간했다”며 “미·중 양국은 이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하며 보호주의에 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킨들버거 함정이란 새롭게 부상한 패권국이 기존 패권국과 같은 리더십을 구현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국제적 위기를 의미한다.

보고서는 바람직한 대북 접근법으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시하며 “북핵 문제의 복잡성에 더해 1인 통치 중심인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를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핵화 협상은 실무 협상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하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지도자의 결단이 있어야 실질적 조치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탑다운 방식을 고집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북핵 협상에 대해선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박인국 원장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이후 미국에서는 뒷전이었던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전면에 부각시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한 전 차관은 “북한에 대한 하향식 접근법의 단점 중 하나는 회담이 공식 합의 없이 끝났을 때 해결책을 찾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수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은밀한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연구 개발을 막진 못했다”고 말했다.

"북핵 합의의 최종 상태는 CVID" 

위원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북핵 협상의 최종 목표이자 원칙이 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이후 북한이 꺼리는 CVID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써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최근 마련한 새로운 대북 정책에서 같은 표현을 쓰기로 했는데 표현은 '완전한 비핵화'로 하더라도 최종 목표는 검증 등의 의미를 담은 CVID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보고서에는 “한·미는 북한 비핵화를 최대한 빨리 달성하기 위한 공통 전략과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행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포괄적 합의를 추구해야 하는데, 합의의 최종 상태는 CVID임을 북한 측에 명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CVID에 대한 확실한 양해 없이 북한과 잠정적인 합의나 단편적인 합의가 필요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며 “잠정적·단편적 합의는 북한에 의해 쉽게 이용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한·미 동맹이 북한과의 외교 협상을 해 나가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및 방어 태세를 함께 강화해나가는 전략적 혼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조 전 합참의장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군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 한·미 동맹은 전력 배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핵 의사결정체계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핵 위협과 관련 원천적인 ‘방지’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관리’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맞섰다. 위원회에 참석한 한 미국 측 인사는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하는 상황에서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관리’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한국 측의 한 인사는 ‘방지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리에 집중하는 것은)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경제 제재를 통한 대북 압박 및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역할론' 제언도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책임감 있는 행위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중국이 보다 책임감 있는 강대국이 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중국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도록 방조하면서 책임을 저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으로 하여금 강대국으로써의 역할 수행에 책임을 다 하도록 촉구해야 했으나 그런 노력이 부족했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등 민주주의 파트너와 함께 외교적 공세력을 발휘해 중국이 ‘책임 있는 강대국’이 되도록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시대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일 양국은 아시아에서 민주적 거버넌스와 시장 경제의 훌륭한 모델이므로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트럼프 행정부보다 적극적으로 한·일 관계 촉진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존 햄리 CSIS 소장 역시 “워싱턴의 외교·안보 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미·일 3국 관계의 분열은 세 국가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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